매일신문

[야고부] 300+100

'극한 직업'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힘든 작업 환경 속에서도 땀 흘려 일하는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EBS의 리얼 다큐멘터리다. 2008년에 시작해 600회 넘게 방송하고 있으니 다큐 프로치곤 꽤 수명이 길다. 매회 챙겨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 롱런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프로의 소재로 채택될 수 없는 직업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다.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회 활동이 힘든 작업 환경도 아니고, 땀 흘려 일하는 의원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에 비해 의원 처우나 특혜는 과분할 정도이니 확률 제로다. 열심히 일하고 국가에 봉사하는 독일이나 스웨덴 국회의원이라면 모를까.

정작 우리 의원들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정책 입안'입법 활동에다 행정부 견제, 지역구 살림살이 등 신경 쓸 일이 많은 힘든 직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국민 생각은 딴판이다. 표 계산하느라 바쁘고 대접받거나 혈세로 제 논에 물 대느라 바쁘다면 바쁜 직업이라고 비아냥댄다. 최근 일부 여야 의원들이 혈세인 지역구 사업 예산을 따내 맹지(盲地)인 자기 소유의 땅 인근에 도로를 내고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는 분노를 넘어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이런 마당에 "국회의원 정수가 400명은 되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최근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우리 국회가 인구 대비 의원 수가 적어 국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일도 열심히 하지 않고 독일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세비를 받아가는 300명도 처치곤란인 마당에 100명 더 늘리자는 게 제 정신이냐는 반발이 커지자 문 대표는 "장난스럽게 해 본 것"이라며 말을 거둬들였다.

'한 통의 쓴 국물보다 한 방울의 벌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속담대로 국회가 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먼저 합당한 이유와 당위성으로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순서다. 한국정당학회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70% 이상이 의원 정수를 300인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혜를 내려놓고 진정 국민에 봉사한다는 의식이 없다면 늘어나는 의원 뒤치다꺼리 비용을 감당할 국민은 눈 씻고 봐도 없다. 그동안 국회의 역할과 행태로 봐서는 시쳇말로 "300명도 오감타"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참 '편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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