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떠나 타지를 떠돌다 3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니, 오래되어서 그런지 낯설고 길 설어 운전마저 힘들다. 첫 출근길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난다. 살벌한 거리 모습에 질려 그 후로는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고 버스를 탄다.
출퇴근 길이나 서울을 오가며 겪어야 할 상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택시를 타면서 알았다. 고향이라 푸근한 느낌으로 택시를 탔는데 거칠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총알택시 저리 가라 한다. 손잡이를 꽉 잡고는 잔뜩 긴장을 하길 여러 번, 참다 못해 기사에게 천천히 가자고 하면서 이유를 물었더니 택시를 타는 승객 모두가 타자마자 빨리 가자고 재촉한단다. 그러니 습관이 됐다는 거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과속은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속도를 낸다. 배차 시간에 쫓기는지 모르지만 타고 있으면 무섭다. 과속을 하다 보니 급정거도 다반사다. 그나저나 승객들은 무감각,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이면도로에서의 과속도 위협적이다. 인도, 차도 구분이 없으니 두렵기조차 하다. 치려면 치라고 가운데로 걸어보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저만치 비켜나 있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서 밀려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차간 거리를 조금 두면 경음기를 울리면서 밀어붙인다. 잠시 틈을 주지 않는다. 차로 변경은 또 왜 이리도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깜빡이를 켜고 차로를 바꾸려 하면 어느새 옆에는 다른 차가 온다. 그러기를 몇 번, 신경이 곤두서고 입에서는 욕설이 그냥 나온다. 조금 양보하면 덧나는가? 양반 노릇하기 힘들게 한다.
무분별한 경음기 남발 역시 도를 넘었다. 시도 때도 없다. 대형차의 경음기 소리에는 경기가 들 정도다. 정차해 있는 앞차가 조금이라도 출발이 늦어지면 예외 없이 경음기를 울린다. 가히 조건반사적이다. 신경이 날카로워져 인상을 쓰며 노려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불법 주차도 여간 문제가 아니다. 차로가 넓어서인지 간선도로에 버젓이 주차를 한다. 교통량이 뜸한 달서구 감삼동 부근은 아예 차로 하나가 야간주차장이다. 그럼에도 견인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지자체의 수입원이 될 텐데 관용이 미덕인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살 찌푸리게 하는 건 인도에 버젓이 주차하는 얌체족들이다.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본다.
대구의 도로율이나 통행 속도는 대도시 가운데 전국 제일이다. 도심 통행 속도가 31.4㎞, 러시아워 때도 26㎞나 된다. 장방형으로 잘 정비된 널따란 직선도로에 적절히 이면도로가 배치되어 일부 도로를 제외하고는 정체가 심하지 않다. 자연 도심 속도가 높다. 과속을 많이 한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사고율 또한 높아 대구시와 경찰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때 대구를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음울한 무법천지 세상을 빗대어 '고담 대구'라고도 얘기했는데 이제는 이런 불명예를 씻어야겠다. 대구는 예전의 그런 도시가 아니라 세계물포럼 같은 대형 국제행사가 자주 열리는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으니 말이다.
TBN 대구교통방송은 지금 운전에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방향지시등을 켜는 '배려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살벌한 도로 환경에서 이 작은 배려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이나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다고 했듯이 분명 변화가 있으리라 우리는 확신한다. 시민들의 참여가 늘고 있고, 조금씩 달라지는 걸 매일같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품격 있는 대구를 위해서 작은 배려 캠페인 '방향지시등 켜기 운동'에 여러분의 동참을 호소해 본다.
김동운 TBN 대구교통방송 본부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