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에 유리한 자동차 보험 불합리
스타벅스'이케아 뻔뻔한 영업도 눈살
명품 선호하는 후진적 소비 사대주의
소비자단체'사회지도층이 앞서 막아야
지난 3월 경남 거제도에서 람보르기니와 국산 차량의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접촉 사고가 매일 수백 건 발생하지만 이 사고가 관심을 끈 것은 람보르기니의 차량 가격이 4억원을 넘어 국산 차주가 보상해야 하는 수리 비용만 1억4천만원이고 수리 기간 동안 매일 200만원 정도의 렌트 비용까지 합하면 총 보상 비용이 2억원이나 된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마침 이웃 중국에서 람보르기니와 추돌한 노점상이 수리비 때문에 강에 투신자살했다는 소식마저 전해져 뉴스를 본 적잖은 국민들은 걱정이 컸으리라.
다행히 사고 직후 보험회사가 이 사고를 고가의 외제차 수리비용을 노린 보험 사기극으로 결론짓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보험 사기 여부는 경찰의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최근 폭발적인 외제차 증가 추세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유형의 보험사기는 점점 더 기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외제차 보험 가입 대수는 88만 대다. 이들이 낸 보험료는 9천241억원인 반면 수리비 등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외제차가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3배에 해당하는 275만원이며 평균 보험료는 국산차의 1.9배인 114만원에 불과한 사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이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구조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 부담을 국산차 이용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역차별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1억원 이하 대물배상 한도에 가입한 자동차가 전체의 44%인 약 610만 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고가의 외제차와 추돌할 경우 보험에서 모두 비용 처리되지 않아 엄청난 경제적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고가의 외제차와 추돌사고에 대비해 대물배상 가입 금액을 늘릴 것을 권장해 왔다. 특히 이번 람보르기니 사고 소식 이후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가입 금액을 늘리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잘못된 자동차보험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국산차 이용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지금까지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산차 소유자들은 외제차에 유리한 자동차보험 구조로 인해 비싼 외제차가 눈에 띄면 갑자기 서행하거나 차로를 바꾸는 등 '굴욕' 운전을 했던 게 사실이다. 반면 외제차 수입 판매업체들은 부품 확보나 수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정비소 확대 등 애프터서비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판매에만 열을 올려 왔다.
외제차의 수리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수리 기간 중 사고 차량과 동종의 외제차를 렌터카로 보장해줘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국산차에 비해 외제차의 손해율이 높았던 만큼 외제차에 대해서는 높은 손해율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보험료를 올리는 등 불합리한 보험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람보르기니 사고처럼 극소수에 불과한 초고가 차량의 대물보상을 위해 1천 만 명이 넘는 차량 가입자들을 대물보상 한도가 높은 자동차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도리어 대물보상 최고 한도를 정해 그 이상 금액에 대해서는 보상 책임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보험 말고도 국내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사례는 도처에 널려 있다.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의 국내 가구 판매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커피전문점 수가 공급 과잉에 이를 정도로 폭증했는데도 스타벅스의 커피 값은 지속적으로 올라 미국 현지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싸야 잘 팔리는 졸부 근성과 명품을 선호하는 후진적인 소비 사대주의를 타파하려면 소비자 단체와 사회지도층이 앞장서 합리적인 소비문화 운동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정책 당국도 선진화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불합리한 제도와 유통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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