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욱하면 말려든다

"서로 핥고 뜯고 찢고 하다 제풀에 겨워서 쓰러지겠지. 우리는 불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교묘한 분열정책을 써야 해요. 서로 이간질을 시켜서 저희끼리 싸우고 아귀다툼하고 서로 잡아먹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팔짱 끼고 구경만 하면 됩니다. 떡은 저절로 우리 입에 굴러들기 마련이니까요." "새로운 인물들을 협력자로 만들어야 해요. 이완용, 송병준 같은 인물들은 한물간 구세대의 폐물들이오. 좀 더 젊고 새로운 동지를 발굴해내야 하오." "이 땅 어린이들을 일본인으로 교육하면 어린이는 따르게 마련이지요. 100년 200년 뒤의 조선을 위해서 우리는 조선을 다스려야 합니다."

1967년 류주현의 대하 역사소설 '조선총독부'에 나오는 총독부의 조선지배 수법이다. 책엔 1900년대 대한제국부터 1945년 광복까지 실존인물 1천700여 명이 등장한다. 역대 총독, 일본 관리, 그들에 놀아난 조선인 하수인의 악랄하고 교활한 식민지배 모습이 펼쳐진다.

역사는 되풀이한다. 일본과는 더욱 그렇다. 왜구 침략과 노략질, 임진왜란, 35년간 식민지배의 뼈아픈 역사가 말해준다. 일본은 왜 우리를 침략하고 괴롭힐까? 총독과 한 일본 중의원과의 대화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천재지변이 너무 많아요. 사시장철 지진이다, 태풍이다, 홍수다, 설화(雪禍)다, 마치 대해에 뜬 조각배처럼 일본 열도는 항상 불안에 떨게 마련이군요." "거기에 대면 이 조선 천지는 낙원이에요." "일본은 험한 자연조건에 순응된 민족이어서 나쁘게 말해서 악바리 같은 전투적인 의지가 승(勝)한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야마도다마시(大和魂)가 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자연이 순후한 이 조선은 안일 나태한 민족성을 지닌 게 아닌가요? 당쟁이 심한 것도 원인은 거기에 있어요. 자연에의 투지가 인간에게로 돌려지는 거지요. 싸움의 상대가 자연이 아니기에 잘아져서 동료 동족끼리 물고 할퀴고 할 수밖에요."

지금은 이런 잘못된 인식이 없어졌을까? 독도 도발과 역사 왜곡, 조작을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까지 홍보 중이다. 학계서도 인정 않는 학설임에도 말이다. 경남 창녕 유물조차 자기들 것이라 조작한다. 지금 저들이 노릴 이간과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 '욱'해서 속셈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소설이지만 새겨볼 만하다. 흥분 대신 조용히 역사책이라도 펼쳐 보자. 각자 지금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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