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시대 궁중회화·민화 집대성…『한국의 채색화』

국내외 박물관 20여개 소장작품 중 일월포봉도 등 명품 900여 점 수록

한국의 채색화/ 정병모 외 지음/ 다할 미디어 펴냄.

조선시대 궁중회화와 민화를 집대성한 도록 '한국의 채색화'가 출간됐다.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30여 개 국내 소장처의 작품과 프랑스 기메 동양박물관, 독일 함부르크민족학 박물관, 일본 민예관, 고려 미술관,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 캐나다 로열온타리오 박물관 등 전 세계 20여 개 소장처가 가지고 있는 작품 중 명품 900여 점을 선정해 수록한 것이다.

'한국의 채색화' 도록은 총 3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1권은 '산수화와 인물화' 편으로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오래 사는 동식물들로 가득한 십장생도, 태평과 복락의 이상향을 염원한 요지연도와 곽분양행락도 등을 수록하고 있다. 또 산수화는 소상팔경도, 무이구곡도 등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은 풍경과 금강산도를 포함하고 있다. 산수화와 인물화는 채색화 가운데 가장 스토리가 풍부한 그림이다.

2권 '화조화' 편은 꽃과 새, 동물, 풀벌레, 야생화, 물고기, 과일, 채소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담고 있다. 화조화는 채색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장르로 밝고 명랑한 이미지에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집안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특히 사랑받았다. 공포의 대상인 호랑이를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변화시킨 그림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한국적인 여유와 반전의 면모를 보여준다.

3권 '책거리와 문자도'는 채색화에서 유교적 정서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르다. 학문을 중시하는 조선의 전통은 '책거리'에 나타나 있고, 효와 충을 중시하는 유교의 덕목은 '효제충신예의염치' 문자도 8폭에 상징화되어 있다. '문자도'는 조선시대 유교 덕목을 그린 것이지만 지역별로 특성이 뚜렷해 다양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채색화' 도록 발간이라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는 정병모 경주대학교 교수가 총괄기획을 맡았고, 편집위원으로 윤범모 가천대학교 교수,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 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피에르 캄봉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백금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 명예큐레이터, 보송니엔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 등이 참가했다.

원고 집필에는 이성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기시 후미카즈 일본 도시샤 대학 교수, 김성림 미국 다트머스 대학 교수가 참여했으며, 도판해설에는 19인의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1975년 고단샤(講談社)에서 '조선의 민화(李朝の民畵)' 라는 도록을 발간한 바 있으며, 이번 '한국의 채색화'는 이를 뛰어넘는 수준 높은 도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괄기획을 맡은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조선시대 화단은 사대부들의 수묵화와 문인화 위주로 편향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이고 본질적인 분야는 채색화다. 국내외 학자들이 함께 참여한 이번 도록 집대성으로 한국 궁중회화와 민화를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용하고 격조있는 그림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이토록 다채롭고 색다른 예술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고 말했다.

런던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예일대학교 뉴욕시립대학교 한국미술사 초빙교수인 박영숙 선생은"3권으로 출간한 '한국의 채색화'는 한국 회화사의 새로운 장르를 여는 획기적인 기획이고, 한국인만이 소유한 특정 미술 문화와 한국미술사의 새로운 분야를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업적" 이라고 평가 했다, 미즈오 히로시 일본 민예관 이사는 "이 새로운 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 이타미 준, 이우환 등 선구자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 민화의 신비함과 독자성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의 채색화'연구와 발간은 개인 후원가 우영숙, 박물관 수, (재)가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2천본 한정판으로 이루어졌다.

1권 412쪽, 2권 384쪽, 3권 390쪽/ 각권 20만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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