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이 인문학의 향기로 넘실댄다.'
대구시교육청이 인문학 교육을 핵심 추진 과제로 삼은 가운데 인문학 강좌를 여는 학교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를 초빙해 고전 강좌를 마련하는가 하면 영어로 인문사회학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이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서양 고전 읽고…마지막엔 에세이 쓰는 인문학 서당
◆'고전의 바다 속에 빠져보세요.' 학교에서 열리는 인문학 서당
11일 오전 9시 30분 대구여고에선 고전을 공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포산고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장효경 교사의 '논어' 강의가 진행됐다. 대구여고 학생을 비롯해 경북고, 동문고, 정화여고, 혜화여고 학생까지 강의를 듣고 싶다고 신청한 학생 30여 명이 장 교사와 마주 앉았다. 강의가 마무리된 뒤 조별로 나뉘어 강의 주제와 관련해 토론하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졌다.
대구여고가 이 강의를 진행한 것은 대구시교육청이 올해 지정한 인문학 서당 운영 학교 18곳 가운데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인문학 서당'은 시교육청 인문교육교사지원단이 주관해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지난 4일 시작돼 7월 18일까지 4개월에 걸쳐 책을 읽는 첫 단계부터 에세이를 쓰는 마지막 단계까지 주말을 이용해 진행되는 것이다. 공자의 논어를 비롯해 ▷역사란 무엇인가(E.H 카)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열하일기(박지원)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등이 강의 교재로 사용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책을 읽고 토론한 뒤 책을 써보는 대구 인문교육의 핵심 전략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라며 "학생들이 동'서양 고전을 통해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일에는 경북대 퇴계연구소 전임연구원인 김상현 박사가 대구여고에서 고교생들을 상대로 '논어'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가 끝난 뒤 고교생들은 공자의 삶과 리더십의 측면에서 군자의 길에 대해 토론하고, 소감을 나눴다.
인문학 서당에 참가한 정화여고 배지현(2학년) 학생은 "공자의 사상과 내 생각을 하나하나 비교해보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았다"며 "공자는 학습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는데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공부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게 됐다"고 했다.
◇영어로 몰입 수업…고교생 선발해 융합 글로벌리더로
◆'영어로 익히는 인문'사회 수업' 대구외고 글로벌리더아카데미
"I was locked in the jail! When it opened again, I was the first one that ran out."
원어민 교사 이아고 데이비드 씨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당시 원고를 만나기 위해 법정 아래에 있는 감옥에 들어갔다가 예고 없이 문이 잠겨 놀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학생들은 법정 집행관(Bailiff)의 역할 설명에 더욱 흥미를 기울였다. 대구외국어고에서 지난 4일 개강한 '2015 제1기 글로벌리더아카데미' 법(Law) 관련 수업 장면이다. 모두 영어로 진행된 이 수업은 재판에 관련된 인물'용어 및 기본 절차 등을 다루었고, 실제 일어난 사건의 개요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수업에는 학생들이 6개조로 나뉘어 각각 맡은 사건의 변호인, 검사가 되어 모의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대구외국어고가 영어몰입수업을 통해 사회과학적 탐구 능력과 인문학적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운영,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출범한 '글로벌리더아카데미'는 외국어 역량을 근간으로 인문사회과학적 상상력과 탐구능력을 융합적으로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는 대구지역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참여 범위를 넓혔고, 올해도 학교장 추천과 에세이 테스트'영어 면접까지 거쳐 42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7월 18일까지 주말을 이용해 인문학, 국제정치, 경제학, 법, 언론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 융합 교육을 받는다. 자료 조사와 토론, 에세이 작성, 연구과제 발표, 현장 체험학습 등의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강사진은 대구시교육청 소속 원어민 보조 교사 가운데 관련 분야를 전공한 석사 이상으로 구성됐다.
글로벌리더아카데미 수업은 학교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탐구하고, 영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해 글로벌리더아카데미에 참가한 대구여고 이가영(16) 학생은 "평소 접할 수 없던 언론, 경제, 법, 국제관계에 대해 원어민 선생님들과 심화된 내용으로 공부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며 "또래 학생들, 원어민 선생님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할 기회가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석수 기자 sslee@msnet.co.kr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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