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노인과 샘물

얘야, 남에게 베푸는 즐거움과 받는 즐거움이 있다면 어느 것이 더 기쁘고 보람될 것 같니?

어느 사막에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노인이 있었어.

이곳에는 우거진 야자수와 맑은 샘물이 있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어.

노인은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목이 마른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샘물을 떠 주는 것을 기쁨과 보람으로 여겼어.

나그네들은 소문을 듣고 일부러 이 샘터를 찾아오곤 하였어.

"아이고, 저기에 그늘이 있구나."

"그래, 저기에 매우 인자한 노인이 계셔서 물을 떠준대."

"음,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닌가?"

노인은 나그네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그네들이 물을 마시고 나서 고마운 나머지 몇 푼의 동전을 주는 것이었어.

"괜찮소. 나는 그저 물만 떠드렸을 뿐이오."

"아닙니다. 그 물이 우리를 구했습니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을 했지만, 동전이 쌓여가자 노인은 은근히 욕심이 생겼어.

'으음, 나에게도 돈이 생기는구나.'

그리하여 나중에는 동전을 내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동전을 내어놓으라고 요구하게 까지 되었어.

"귀한 물을 마셨으니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렇기는 합니다만 제가 지금 가진 것이 없습니다."

"아니, 여비도 없이 길을 나선단 말이오?"

노인은 이제 나그네들을 윽박지르기까지 하였어.

"에이, 깍정이 같은 노인네 같으니라고!"

"그러게 말이야. 소문은 그렇지 않던데!"

나그네들로부터 노인은 점점 미움을 받게 되었어.

그런데도 노인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샘터 옆에 집을 크게 짓고 물이 더 많이 나오도록 샘물구멍을 더 넓혔어.

'자, 이 정도면 한꺼번에 백 명이 와도 쉬어갈 수 있을 거야.'

노인은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러워하며 흐뭇해하였어.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샘물이 점점 줄어들었어.

샘물구멍을 더 넓히는 바람에 솟아나오는 힘이 줄어들었던 거야.

그런데도 노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둘레의 야자수들이 물을 많이 빨아들여서 그런가? 그렇다면 나무를 모두 베어버려야지.'

노인은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어.

그러자 그늘이 사라지고 말았어.

그늘이 사라지자 찾아오는 나그네들도 점점 줄어들었어.

그러자 결국 이 샘터는 황폐해지고 말았어.

노인도 결국은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고….

그래, 지나친 욕심은 모두를 망하게 하는 것 같구나.

너는 지금 혹시 이 노인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렴.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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