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어린이 야구팀 스포츠 봉사
경북대'미군부대 파트너십 체결 시초
15여년 흘러 '해외 인턴십'으로 발전
10주년 한미친선서클도 대구서 출발
1997년 내가 처음으로 경북대학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대구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도착하고 첫 몇 달간 학내에서는 수차례 학생데모가 있었고 나는 난생처음 최루탄 가스 냄새를 맡았다. 사람들은 외국인인 나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늘 주의를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IMF 위기가 한국을 덮쳤고 한국 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엄청나게 불어나 버린 유학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해외에 나가 있던 많은 한국 학생이 공부를 접고 돌아왔어야만 했다. 그 무렵 나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대구에 있는 미군부대에 주말마다 데려가 미군 자녀와 야구, 배구 등을 함께 하며 어울리도록 했는데 미군부대 출입의 특권은 남편이 한국계 미국인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나는 미군부대가 대구 내의 '작은 미국'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비싼 유학비용 때문에 돌아와야 하는 유학생들을 보면서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 한국 학생들에게 미국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 대학생들이 미군부대 내에서 방과 후 어린이 야구팀을 도와주면 어떨지 미군부대에 제안했고, 그로부터 한 달 후 10명의 경북대 학생들이 어린이 스포츠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대구 속 '작은 미국'인 미군부대와 경북대 간 파트너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5여 년 흐른 지금, 이 프로그램은 경북대학교의 '해외 인턴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매 학기 지역 내 6개 대학 70여 명의 학생이 대구와 부산의 미군부대 내 다양한 부서에서 전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 가교는 대구에서 처음 시작하여 이제는 어느덧 10주년을 훌쩍 넘긴 한미친선서클(Korean American Friendship Circle)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게 되어, 미군 가족들과 한국 가족, 지역 대학생들이 함께 핼러윈 파티, 추석의 윷놀이 등을 함께 즐기게 되었다.
이번 달부터는 젊은 미군 병사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한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함께 여행하도록 하는 '덜 알려진 한국'(Korea Less Travelled) 프로그램도 시작하게 된다. 대구 내의 대학들과 미군부대의 협력은 양쪽 모두에게 윈윈 성공 전략이다. 지금까지 미군부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북대 학생 수는 1천 명이 넘는다, 많은 학생에게 인생을 바꿀 소중한 경험을 선사했고 삼성, LG와 같은 기업 인터뷰에서 미군부대 인턴십은 언제나 단골 질문이라고 한다.
이 중에 기억에 남는 한가지 장면을 함께 나누고 싶다. 미군부대 프로그램이 끝날 때면 항상 학생들에게 보고서, 포트폴리오, 또는 발표를 통해 그들의 경험을 나누도록 하는데 어느 해에 세 명의 남학생이 한미친선서클 프로그램 폐회식에서 함께 발표를 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미군들의 삶이 궁금해서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고 했다. 한국인, 미국인, 군인, 민간인이 모두 섞여 있는 많은 관중 앞에서 이들이 배웠노라고 나눈 내용은 이러했다.
첫째, 미군들이 열심히 복무하고 또한 힘들게 훈련한다는 것. 둘째, 미군들이 그들의 가족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 셋째, 미군들이 그들의 고국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 넷째, 미군들이 한국에서 복무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여기까지 발표를 하고 세 명의 학생들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관중에 경례를 했고, 이에 미군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흘리며 경례로 답했다. 매우 단순해 보이는 결론이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인종과, 종교, 정치, 문화를 뛰어넘는 서로를 향한 깊은 존경을 느낄 수 있었다.
각박한 오늘날의 세상에서 이러한 순간들은 매우 소중하고, 추구할 가치가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 준 미군들과 한국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황로은 경북대 국제교류원 원장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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