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규모 국제 행사 '전례 없는 실수'…도마 오른 조직위 준비 미흡

개막일 자격루 해프닝 이어 시민광장 몽골텐트 비 줄줄

세계물포럼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대회 조직위의 행사 준비 부족으로 개막일 '자격루 소동' 등 국제적 망신 사례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행사 전문가들은 "170여 개국에서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수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회 조직위 준비가 부실한 때문으로 보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국제적 망신'은 개막일인 12일부터 일어났다.

개막식에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각국 주요 참가자 14명이 자격루 모형과 연결한 줄을 당기자 대형구조물인 자격루가 무대 위로 무너진 것. 조직위는 자격루 줄을 당기면 물 항아리 3개가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인형이 북을 치게 되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대형 사고가 터졌지만 조직위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계획보다 참가자들이 '힘껏' 줄을 당기면서 자격루가 같이 넘어왔다는 것. 조직위 관계자는 "실제상황을 가정해 수십 번 리허설을 했다"며 "현장에서 사회자의 멘트는 당초 '줄을 당겨주십시오'라고 해야 하는데 '힘껏 당겨주십시오'라고 해서 구조물이 무너진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위험성이 있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행사업체 관계자는 "대통령을 비롯 각국 정상이 모여 있는 장소에 대형 구조물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구상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라며 "조직위에서 이 안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민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참석하는 13일 행사에서도 준비 부족은 여실히 드러났다.

엑스코 야외에 마련된 시민참여광장에 설치된 몽골텐트에 비가 새 부스와 바닥이 물에 젖는 사태가 발생한 것.

시민 참가자는 "여러 개의 텐트를 치면서 동쪽에만 측면 텐트가 붙었을 뿐 서쪽으로는 측면 텐트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비가 텐트 옆면을 타고 새어들어 와 바닥은 물론 물건들도 젖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개막 당일 전산장애로 참가자가 출입증을 제때 발급받지 못하기도 했고 외신 기자를 포함해 미디어 관계자들이 사전 등록을 했음에도 데이터가 사라져 현장에서 등록을 새로 하는 해프닝도 이어졌다.

이어지는 실수를 두고 조직위의 준비 미흡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대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세계에너지총회 때는 조직위가 1년 전부터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행사를 준비했지만 물포럼 조직위는 지난 6일에야 본진이 대구에 왔다"며 "준비 부족이 곳곳에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숙박과 수송 등을 위한 선발대 2명이 먼저 내려왔고 40명의 본진은 6일 대구에 왔다"며 "엑스코 행사장이 사전 행사로 부스설치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일주일 전에 내려왔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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