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채 경북대병원 병원장을 두고 주변에서는 '어당팔'이라고 부른다. 어수룩한 것 같은데 당수가 8단이라는 뜻이다. '어당팔' 얘기를 꺼내자 조 병원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정확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보이는 이미지는 부드러운데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뜻이겠죠. 예의를 지켜서 대화를 하지만, 일은 원칙대로 추진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럴 만하다. 1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병원장은 경북대병원 사상 최장기 파업을 겪었다.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방안을 두고 52일간 이어진 노조 파업 속에서도 그는 꿋꿋이 버텼다. "피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괴로우니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몸무게도 2㎏이 빠졌고요. 하지만 장래를 생각하면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원칙대로 진행했습니다."
파업은 끝이 났지만 단체협상안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노조는 이달 말 또다시 파업 찬반투표를 예고한 상태다. 조 병원장은 "이번 파업 사태를 겪으면서 구성원들도 파업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면서 "병원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경북대병원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어떨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장기 파업을 겪으며 취임 초기 공언했던 약속들도 많이 미뤄졌다. "우선 환자 중심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안내 도우미도 배정했지만 아직 운영 체계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칠곡경북대병원의 임상실습동 증축 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돼 21일 착공할 예정이다. 진료의뢰센터를 확장, 이전해 협력병원과 전용창구를 만들었고, 회신율도 40%에서 80%로 올렸다. 타지역에서 온 환자들이 당일 진료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시스템도 정비했다.
조 병원장은 "올해는 경북대병원이 100년간 발전할지, 그대로 주저앉을지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지정과 육성 과제 선정은 첫 단추다. 경북대병원은 향후 8년간 378억원을 투입, 심뇌혈관진단 및 치료기술도 개발한다. 공공의료도 강화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권역중증외상센터를 개소하고 의성과 영주, 구미 중 세 곳 가운데 한 곳과 농어촌 1촌 1사 자매결연을 맺어 의료봉사와 물적'인적 교류도 진행하기로 했다.
경북대병원의 브랜드화 작업에도 나선다. 삼덕동 본원 및 칠곡경북대병원과 서로 다른 로고를 통합하고 로봇수술센터와 암 치료센터, 인공관절센터 등 강점을 내세워 특화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가의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는 내부 구성원들과 소통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직원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동구 신암동에 있는 어린이집을 본원 인근으로 이전하고, 운동시설도 마련하는 등등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 병원장은 "그동안 경북대병원은 관료적이고 불친절하며 파업을 많이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면서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병원이 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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