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넘어진 자격루' 서울이 잘못하고 대구가 덮어쓴 꼴

인터넷 등서 대구 비난화살 쏟아져…대구 경북 개막식마저 들러리 신세

'이런 퍼포먼스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13일 세계물포럼 개막식에서 펼쳐진 자격루 구조물 퍼포먼스에 대한 대구시의 항변이다. 이 퍼포먼스는 국제적 망신으로 끝났고, 준비 부족을 탓하는 비난이 대구시에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구시는 개막식 하이라이트로 이런 퍼포먼스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행사지만 국토교통부가 총괄하고 국토부가 용역을 준 서울 업체가 전체 행사 진행을 담당한 때문이다.

국민들은 대구에서 열린 행사인 만큼 대구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촌에선 뭘 하면 안 된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고, 잠잠했던 대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온라인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세계 정상들이 참석한 개막식에서 일어난 '자격루 소동'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쌓아왔던 대구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구시 관계자들은 "대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에게 면목이 없고 나라 망신을 시킨 것 같아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밖에 없다"며 "대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행사지만 물포럼에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조연'에 불과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개막식 행사뿐 아니라 의전에서도, 자리 배치에서도, 외부 인사 초청 논의에서도 배제됐다. 행사 운영 주체인 조직위가 아니라 지원단이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행사 프로그램과 행사장 조성 등의 업무를 맡았고 대구시와 경북도는 교통, 숙박, 관광 등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구는 2003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적인 행사를 단독으로 치러낸 경험과 저력이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이에 이번 자격루 소동을 계기로 국제 행사를 유치한 지자체가 조직위를 구성하는 등 주축이 돼 행사를 운영하고, 중앙부처가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은 "지방정부도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지만 아직도 서울에서는 '지방'을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격루 소동도 서울만 할 수 있다고 해서 생긴 불상사"라며 "서울 사람들이 잘못한 것 때문에 대구 사람들만 억울하게 됐다"고 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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