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언행 삼가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대상을 정치권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은 "수사 대상과 범위를 한정 짓고 있지 않다"며 "수사 대상으로 나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나오는 8명에만 수사를 국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야당도 예외 없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은 검찰의 이 같은 단호한 수사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국민은 성 전 회장의 옷에서 금품을 제공한 8명의 리스트가 나왔을 때나 경향신문이 50분 분량의 녹취록 가운데 현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한 부분만 발췌해 공개했을 때 이미 성 전 회장의 돈을 받은 정치인이 그들 뿐일까라는 의문을 품어왔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넓은 인맥을 구축한 '마당발'이란 점에서, 그리고 '검은돈'과의 유착에서 여야가 따로 없었던 그간의 경험에 비춰 누구나 품을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심을 한 점도 남김없이 풀려면 무엇보다 검찰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벌써부터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대선자금은 여야가 없는 것이다. 야당도 조사를 같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누가 봐도 '물타기'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우리만 건드리지 말고 야당도 함께 수사하라는 압박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의 말에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물귀신 작전"이라고 발끈했다. 여당을 겨냥한 것이지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즉 '우리는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지 않았다'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이자 '우리는 건드리지 말라'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이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오직 수사로 밝혀낼 일이다. 그것을 검찰이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국민이 여야 모두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그저 차분히 지켜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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