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함지산

박우동(대구 북구 구암동)

느릅나무 피어나는 함지산

지모신(地母神) 나오신다.

황금 뿌려 헌화하는 양지꽃

향연(饗宴)의 첫걸음

솜나물 솜털로 향을 피우면

노루귀 잔털도 귀를 세우고

제비꽃은 보아라보라 나팔 분다.

진달래 산등성이 불이 났다.

고라니 등에도 불이 붙어

후닥닥 뛰는데

씨근벌떡거리던 숫놈

궁뎅이 치켜들고

냅다 발길질

그 바람에 산벚나무 은화(銀貨)처럼 쏟아지고

찔레 덤불 기던 장끼

산불 났다고 사이렌 소리 울리는데

구름이 내려앉은 운암지(雲巖池)

수양버들은 머리 감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흔들흔들 봄바람에 피리를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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