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은 이슬람국가(IS)보다 예멘 내전을 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1960년대 왕당파와 공화파가 싸우던 예멘 내전 당시만 해도 왕당파를 지지하는 사우디와 공화파를 지지하는 이집트는 대리전 양상까지 보였다. 그러던 두 나라가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아를 점령하자 연합세력을 결성해 총공세를 천명했다. 비인도적 만행을 자행하는 이슬람국가(수니파)는 온데간데없고, 시아파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중동연합군까지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예멘 내전을 종파 간 분쟁으로만 볼 수 있을까?
예멘 내전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물 위기'다. 아라비아반도 남서쪽 끝에 있는 예멘은 규칙적인 강우를 동반하는 인도양 몬순의 영향으로 일찍이 농경이 발달했다. 물론 건기도 뚜렷하고 농경 지역도 전 국토의 2%뿐이지만 물이 부족한 나라는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 예멘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1천300만 명은 매일 필사적인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물 관리 때문이다. 물이 풍족하지 못했던 예멘은 수천 년간 빗물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물 수요가 급증하자 빗물을 가두고 저장하는 대신 한정된 지하수 찾기에 급급했다. 무차별로 지하수 관정을 뚫고 최신 펌프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물을 퍼올렸다. 결국 한정된 지하수는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아무도 얼마나 지하수가 남아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수도 사나의 경우 이르면 2017년쯤 길어도 10년 이내에 물 고갈이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멘에도 공공 수도시설이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 가구에만 연결돼 있다. 예멘 전체 인구의 70%가 시골 지역에 살고 있지만 국영 물 회사는 대도시 일부 가구에만 물을 공급한다. 수도 사나에서조차 전체 가구의 40%만이 수도와 연결돼 있다. 수도꼭지를 돌린다고 해서 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도심 수도공급 가구들조차 운이 좋아야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물이 나올 정도다. 수도배관 시설은 낡았고, 공급되는 물의 60%가량은 중간에 새어 땅으로 사라져 버린다. 일부 심각한 지역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올 정도다. 수도시설이 있는 곳조차 이런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 공급에서 있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호화 저택에 사는 부자들만이 수도와 연결돼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10배나 비싼 돈을 주고 탱크로리에서 물을 사 먹어야 한다. 시골 주민들의 삶은 참혹하기 짝이 없다. 이곳 여성들은 하루에 물 긷는데만 4~5시간을 보낸다. 학교 교육은 꿈도 못 꾼다. 영양 결핍, 질병률, 사망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에서 영양결핍이나 설사로 숨지는 5세 이하 아동이 매년 1만4천 명에 이른다.
물 문제로 무장 세력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골지역에서 벌어지는 무력 충돌 중 70~80%는 물 때문이다. 예멘 내무부가 밝히기에는 매년 4천 명이 땅과 물 분쟁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 수치는 꽤 오래된 것이어서 실제 현재 벌어지는 상황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물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깨끗한 물 한 모금을 마시려고 하루 네댓 시간을 걷고, 부족한 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총부리를 겨누며, 바싹 마른 입술을 적셔줄 한 컵의 물이 없어 고통 속에 죽어간다.
물 문제 해결에 공감해 대구경북에 모여든 170여 개국 정치인'관료'기업인들이 현명한 해결책과 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은 곧 생명'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는 순간 '물은 곧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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