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것이 물산업이다] <하>첨단기술 경연장

세계 물시장 2위의 프랑스 기업인 수에즈환경그룹이 대구 엑스코 1층 전시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각국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세계 물시장 2위의 프랑스 기업인 수에즈환경그룹이 대구 엑스코 1층 전시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각국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로얄정공 오·폐수 원심분리 인도·중국 등 4개국과 논의…국내기업 기술력 자랑

이번 세계물포럼은 글로벌 물 기업들이 최신 물 기술을 겨루는 선전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 중인 '물 엑스포'에는 수에즈(프랑스), 마스다르(아랍에미리트) 등 외국 기업과 두산중공업, 도레이케미칼, 로얄정공 등 국내 기업들이 수처리, 재이용 등 물 관련 첨단기술들을 선보였다. 기업들은 물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예견하며 물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포럼에 참가한 국내 물 기업들에 국내'외 바이어 및 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번 물포럼을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해수담수화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빛이 필요한 곳에 빛을 주고, 물이 필요한 곳에 물을 공급한다'는 슬로건으로 바이어와 정부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두산중공업은 해외에 세운 담수화시설을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는가 하면,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인 하수 정화 처리 장치를 시연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번 행사에서 두산중공업이 자랑스레 내세운 것은 201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라살까에르 해안에 건설 중인 바닷물 담수화 플랜트를 1천40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모형이다. 이곳에는 화력발전소를 냉각할 때 발생한 증기를 물로 바꿔주는 '다단증발시설'과 높은 압력을 가해 염수의 수분을 담수로 옮기는 '역삼투 담수화시설' 등이 세워질 예정이다. 플랜트가 완공되면 이곳에서 매일 103만6천488t, 즉 하루에 3천42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생산되며 설치가 끝난 일부 시설은 이미 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 같은 물 플랜트를 세계 각국 30여 개 지역에 세워 운영 중이다.

부스 한편에 설치한 '에너지 절약형 멤브레인 생물반응조'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하수 정화 처리 장치는 미세하게 구멍이 뚫린 빨대 모양의 필터에 공기를 쏘아 불순물 흡착을 방지한다. 두산중공업은 이 필터를 지속적으로 좌우로 흔드는 방법으로 공기를 불어넣지 않고도 불순물이 달라붙지 않게끔 했다. 상용화를 앞둔 이 기술은 대구 북부하수처리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강종성 두산중공업 워터기획담당은 "물포럼 기간 각국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자국에 우리 기업의 수처리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협의도 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얄정공'신정기공 등 지역기업들도 해외 무역 기회가 크게 늘었다며 화색이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대구의 수처리 전문기업인 로얄정공은 1986년 고속회전하는 원심분리기 회전체에 하수 및 오'폐수를 투입한 뒤 그 회전력을 이용해 찌꺼기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방식의 수처리 업종을 개척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신제품인증과 EEC 환경설비 품질인증, 2006년 대통령 표창 등을 획득했다. 이들은 대구 신천하수처리장과 강원도 춘천 및 경기도 광명 하수처리장, 중국에 납품해 왔다.

그러나 관급 수처리시설용 장비만 취급하다 보니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수처리시설 중에는 기기를 납품할 만한 곳이 줄어드는 실정이었다. 때마침 세계물포럼에 참가한 덕분에 국내외 방문객들로부터 기기 성능 및 가격 문의가 몰려들고 있다. 로얄정공은 16일 코트라(KOTRA)가 마련한 인도와 중국, 스리랑카, 베트남 등 4개국 관계자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해 사업 논의를 할 계획이다.

조성신 로얄정공 영업이사는 "해외 바이어의 방문이 적어 무역 기회를 발굴하기 어렵던 차에 이 같은 기회가 와서 마음이 놓였다.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해외에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프랑스 수에즈, 한국 기업 ENK와 선박평형수 위생처리 개발…해외기업 투자의 장

이번 물포럼 전시회에 참여한 해외 기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프랑스의 '수에즈환경그룹'(Suez Environnement'이하 수에즈)이다. 수에즈는 대구시와 연구개발센터 투자 가능성을 논의하는 한편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및 부산 선박기업과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올해로 설립 158년째를 맞는 수에즈는 베올리아에 이어 세계 물 시장 2위의 프랑스 기업이다. 프랑스 외교관이자 기술자였던 페르디난드 드 마리 레셉스가 1858년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 건설 자금을 조성하고자 만든 기업이 그 시초다. 이들은 이후 프랑스 파리와 이집트에서 마시는 물 처리 공장을 세웠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역삼투압 해수담수화 공장을 세우는 등 물 처리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5개 대륙 70개국에서 9억2천만 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고, 6억5천만 명에게 폐수정화시설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143억유로(약 17조원)를 기록했다.

수에즈는 이번 세계물포럼 참가를 계기로 15일 부산의 산업용 가스용기 전문기업인 ㈜ENK와 '선박평형수 처리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선박평형수는 대형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 하단에 채우는 물이다. 수에즈와 ㈜ENK는 이를 바다에 배출하기 전에 미생물과 오염물질에 대한 위생처리를 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13일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물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수자원 관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물 관리' 기술 공동연구 ▷물 관련 전문기술과 인재 교류 △해외사업 및 국내 물 관련 프로젝트 공동참여 등이 그 내용이다. 수에즈는 수자원공사와 함께 1천조원에 이르는 세계 물 시장에 참여한다.

수에즈는 대구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장루이 쇼사드 수에즈 대표는 14일 권영진 대구시장과의 비즈니스 미팅에서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구축사업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물산업클러스터는 물 관련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구에 물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장루이 쇼사드 대표는 "물 부족과 심각한 물 기근을 겪는 이들에게 안전하게 마실 물을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같은 물 전문기업의 공익적 사명"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가가 세계 물 권리 확대 활동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번 물포럼 전시장에선 다양한 해외 기업들이 자사 홍보에 열을 올렸다. 덴마크 물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인 DHI는 수자원 연구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 DHI는 강'저수지'댐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 하천 범람이나 지하수 관리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덴마크 부스 담당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예상치 못한 폭우가 몰려올 때가 많다. 경보 시스템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홍수에 즉각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연간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을 때도 있다"며 "빈곤한 국가일수록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다양한 나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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