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호 1년, 다시 찾은 진도 팽목항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저 찬 바다에 사람이 있는데…실종자 9명 돌아와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형상화한 상여를 앞세우고 사고 해역으로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형상화한 상여를 앞세우고 사고 해역으로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진도 팽목항에서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흐른 1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화창한 봄기운이 부두를 감싸고 돌았지만 팽목항은 아직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깊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304명의 승객들이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은 날 전 국민은 눈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란 희망이 무너지면서 울고, 터무니없는 과실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사실에 분노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또 절망에 지친 유가족의 한 서린 탄식에 다시 슬픔을 억눌러야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는 차디찬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고 세월호 사건의 사후 처리는 아직도 유가족과 정치권의 갈등 속에 남아 있다.

◆슬픔의 방파제

진도 팽목항 방파제는 아직 세월호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1주기를 맞아 찾은 팽목항에는 고통과 슬픔, 분노와 회한을 담은 노란색 리본과 현수막이 폭 7m의 방파제 양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빛바랜 노란 리본이 1년이 지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국민들 가슴에 너무나 큰 아픔을 던진 지 365일째 된 이날 팽목항에는 세월호의 아픔을 간직한 국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일부 방문객들은 울음을 참지 못해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바다가 야속할 정도였다.

이날 '완도성당' 신자 25명도 미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미사를 끝낸 강정균(68) 씨는 "'진실을 인양하라'는 현수막이 가장 눈에 띈다"며 "현장에서 직접 보니까 방송에서만 보는 것과 차이가 난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9명의 실종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방파제 곳곳에 실종 학생들이 좋아했던 초콜릿, 음료수, 과일 등이 놓여 있었고, 한 편에는 실종자 9명의 이름이 적힌 액자도 놓여 있었다.

실종자인 단원고 조은화 양 어머니인 이금희 씨는 "1주년인 내일 희생자들 가족은 납골당에 가면 되지만 나는 어디에 가야 하나"며 "어느 부모가 바닷속에 딸을 두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에서 왔다는 60대 한 아주머니는 "숙연해지고, 가슴이 먹먹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길이 170m의 방파제 한쪽 벽면은 타일 4천672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드는 어린이 문학인' 주도로 만든 타일에는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기리는 글과 그림 등이 가득 차 있다. 또 최근에는 방파제 한중간에 희생자 이름의 초성이 새겨진 석조작품이 설치됐다. 석조작품을 물걸레로 닦던 임정자(50) 동화작가는 "이름의 초성만 새겨놓은 것은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작품을 깨끗하게 보여주고 싶어 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8일 서울에서 내려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면 '저 바다에 사람이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잔인한 4월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치유와 통합보다 갈등과 분열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날 팽목항 부두에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주최로 열린 '팽목항 사고 해역 인양 촉구 위령제'에서 유족들은 정부를 향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지와 세월호 즉각 인양"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특별법 시행령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역할을 축소시켜 진상 규명에 장애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통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범법자들을 단죄했고, 정부는 해경을 해체해 국민안전처로 흡수하는 등 정부의 재난구조 시스템에 대한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운영위원장은 "실종자 수습과 인양,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시스템 구축 등 정부의 약속을 믿어왔다. 하지만 현재 유족들 눈에는 대통령과 국가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유족들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실종자 가족이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끝까지 인양하고,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약속을 지켜달라. 16일 오후 2시까지 (정부가) 답을 주지 않으면 (유족들은) 추모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팽목항에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 그리고 갈등이 남아 있었다.

진도 팽목항에서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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