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을 살렸다…470g 육삭둥이, 3kg 아기로 부모 품에

대가대병원 인큐베이터 132일의 기적

몸무게 47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성장한 희망이와 배성범
몸무게 47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성장한 희망이와 배성범'반주엘라 제블링 씨 부부. 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지난해 12월 4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에 배성범(37) 씨 부부가 들어섰다. 필리핀 출신의 아내 반주엘라 제블링(22) 씨의 얼굴은 극심한 진통과 걱정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예정일을 넉 달이나 앞둔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려 애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내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로 옮겼지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아이가 살아날 확률은 20%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22주 차에 태어난 미숙아 19명 가운데 목숨을 건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살리겠다는 아빠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응급수술 끝에 세상의 빛을 본 아이. 임신 22주 1일 차에 몸무게가 470g에 불과한 초미숙아였다.

아빠는 아이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반드시 살아서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기길 바라는 부모의 염원을 담았다. 인큐베이터에서 지낸 132일의 시간. 아이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장기가 다 자라지 않아 아이는 폐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면역력이 전혀 없어 세균 감염에 취약했다. 인큐베이터로 직행한 아이는 폐를 대신하는 고빈도인공환기를 달았고, 외부 접촉과 완전 차단됐다. 너무 일찍 빛을 본 망막의 혈관이 구불구불해지는 망막증이 생겨 두 차례나 레이저 치료를 받았고, 패혈증에 걸리기도 했다.

희망이는 버텨냈다. 그리고 지난 15일 몸무게 3㎏의 건강한 몸으로 부모의 품에 안겼다. 대구경북에서 22주 차에 400g대 초미숙아가 살아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만성폐질환인 기관지폐이형성증으로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호흡기 감염질환을 막아내야 한다. 뇌 세포 발달이 더디기 때문에 언어 및 소아재활치료도 꾸준히 받아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정지은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미숙아도 얼마든지 살려낼 수 있다. 출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모들이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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