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골 마을에 "짜장면 시키신 분∼"

배달음식 먹기 힘든 오지 찾아 영양군 봉사단 자비 들여 제공

경북도내 오지 산간마을에는 음식 배달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산간마을 사람들은 자장면 등 배달 음식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런 가운데 영양군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군내 오지마을을 돌며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영양 입암면 산해3리 마을의 자장면 잔치 현장.
경북도내 오지 산간마을에는 음식 배달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산간마을 사람들은 자장면 등 배달 음식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런 가운데 영양군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군내 오지마을을 돌며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영양 입암면 산해3리 마을의 자장면 잔치 현장.

"우리 산골 사람들은 찜닭, 자장면 등 배달 음식을 맛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요. 어쩌다 읍내에 장을 보러 나가면 우리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중국음식점이나 통닭집을 찾아 맛보는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마을을 찾아 만들어 주는 자장면이 생겼어요. 정말 맛이 최고예요!"

영양군 입암면 산해3리 마을. 이 마을 앞으로 안동과 영양을 연결하는 지방도가 뚫려 수없이 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지만 입암면 소재지에서도 수십 ㎞를 산골짝으로 들어가야해 교통편이 불편했던 이 마을은 주민들의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마을 주민들은 어쩌다 한 번씩 장보기 등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도시민들이 전화 한 통이면 배달시킬 수 있는 자장면이나 통닭'찜닭 등 평소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15일 영양군 입암면 산해3리 경로당 마당, 마을이 생기고 처음으로 자장면 잔치판이 벌어졌다.

이날은 (사)영양군 자원봉사협의회가 한 달에 한 번씩 마련하는 '자장면 시키신 마을' 행사가 열린 날.

이날 이 마을에 자장면이 한가득 들어왔다. 주민들은 이날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마당에서 반죽해 면을 뽑고, 자장을 만들어 내놓은 자장면 한 그릇을 통해 농사일에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냈다.

홍정표 이장은 "자장면을 먹을 기회가 없는 우리 마을에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손수 자장면을 만들어주니 매우 고맙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행복한 시간이 됐다"고 반겼다.

'자장면 시키신 마을' 사업은 영양군 내 자원봉사자들이 만들어낸 것. 지난 2008년부터 매월 한 차례씩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없는 오지마을을 직접 찾아 자장면을 만들어 제공해왔다. 옛 추억을 되살리고 주민 화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길동 영양군 자원봉사협의회 이사장은 "이 사업은 자원봉사자들의 후원금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오지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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