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물포럼은 성공, 어설픈 운영 도마에

세계물포럼 행사가 열린 경주 하이코에서 행사요원들이 점심식사를 담았던 일회용 도시락 용기를 정리하고 있다. 외국 NGO 참가자들은
세계물포럼 행사가 열린 경주 하이코에서 행사요원들이 점심식사를 담았던 일회용 도시락 용기를 정리하고 있다. 외국 NGO 참가자들은 "물과 환경을 위한 포럼인데도 일회용기 자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우 기자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이 17일 막을 내린다. 세계 각국의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국회의원, 정부 각료, 연구기관, NGO 등이 참여해 물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만족스러웠는가'라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6일간의 대장정을 치른 세계물포럼은 성공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쉬움'도 남겼다.

◆시민'학생 참여, 기대보다 저조

무엇보다 행사의 통일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구와 경주로 나눠 열리다 보니 혼란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장대진 경상북도의회 의장은 "행사 중복, 경비 낭비, 콘텐츠 부족 등 미흡한 점이 많았다. 지금까지 치렀던 다른 국내외 행사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은 물론 여러 점에서 운영 미숙을 드러냈다"고 했다. 장 의장은 또 "행사 주체와 프로그램이 대부분 전문적인 분야로 구성돼 시민과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함께 참여하지 못한 점도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물 산업 육성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이 미흡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북도 장상길 물포럼지원단장은 "이번 포럼에 세계적인 물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 물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사전에 국내 연구기관, 공공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파트너십이 구축됐더라면 보다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과 연계한 청소년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16일 현재 포럼 참가 인원은 모두 165개국, 2만5천401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포럼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을 뿐 시민 관람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가 지나치게 부족했다는 평가다. 실제 청소년 단체 관람객은 15일 굿네이버스가 초청한 대구지역 초등학생 10여 명 정도가 전부였다.

◆환경은 온데간데없이 일회용 난무

지나친 일회용품 사용과 시민들의 참여 부족 등 운영상 미비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도 고개를 저었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사항 중 하나는 '일회용품 등 환경 파괴 제품들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포럼 기간 중 참가자들에게는 물, 행사안내도, 경주관광책자 등이 무상으로 제공됐다. PET병과 종이 등 일회용품들이다.

점심식사도 일회용기에 담긴 도시락으로 제공돼 식사시간 후 산더미처럼 쓰레기가 쌓였다. 재활용 회수기 등이 경주 하이코에 설치됐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호주에서 온 폴 뉴먼(21) 씨는 "PET병 하나 만드는 데 물 3ℓ가 쓰인다. 포럼의 주제가 물과 환경, 그리고 실천인데 실제 환경보호 실천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며 "물과 환경보호를 위한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행사 진행에서도 실천하려는 노력이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시민의식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포럼 홍보 부스에 참여한 한 외국 NGO 단체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홍보용 사진집과 텀블러 등 기념품을 모두 도둑맞는 해프닝을 겪었다. 결국 이들은 남은 일정과 상관없이 현수막만 남겨두고 하루 만에 철수하고 말았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박 문제

숙박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호텔이 부족한 대구의 상황을 고려해 모텔 중 시설이 깨끗한 곳을 선정해 참가자가 투숙할 수 있도록 '그린스텔'로 지정했지만 이용률이 생각보다 저조했다. 모텔 문화를 접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언어의 장벽과 서비스 미흡 등을 이유로 발길을 돌렸다.

적극적으로 불평을 털어놓는 참가자들에게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모텔 가격만 받고 경주의 호텔에 머무를 수 있도록 조치해 숙박 대행업체가 손실을 떠안게 됐다. 또 호텔을 예약한 이들도 당초 약속한 일수만큼 머무르지 않고 가격이 싼 모텔로 옮겨가는 경우도 속출했다.

숙박시설의 아쉬움은 예약에서 끝이 아니었다. 대구시와 조직위가 지정한 17개 호텔 중 하나는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있었다. 옆 건물에 안마시술소 등 퇴폐업소들이 즐비해 자칫 대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관할 경찰서에서 최근 호텔 인근 퇴폐업소를 적발하기도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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