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 종가문양 브랜드, 숫자보다 내실 먼저

경북도가 최근 도내 102곳 종가(宗家)의 문장'인장 디자인 사업을 끝냈다.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도 마쳐 관광상품 활용 등 브랜드화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지난 2009년부터 6년 동안 4억3천800만원의 사업비를 들인 결과다. 도는 종가마다 고유한 전통과 문화'사상에 어울리고 현대적 분위기가 깃든 문장의 디자인을 위해 전문기관인 서울대조형연구소에 의뢰, 제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세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이 발달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중앙집권적인 왕조 체제였던 국내에서는 종가로 가문을 상징하는 독자적 문장 사용은 힘들었다. 우리에게 종가문장 문화가 다소 생뚱맞거나 낯설지 않을 수 없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에 참여한 102곳의 종가에는 그야말로 나라를 대표하는 명문 종가 대부분이 포함됐다. 이처럼 많은 종가의 참여는 놀랍다. 종가가 가진 무형의 자산을 오늘에 맞게 활용하려는 의지가 크다는 방증이다. 대표 종가마다 고유한 문장'인장을 새로 만들면 활용 여하에 따라 가문과 함께 경북을 홍보하는데도 좋은 기회가 된다.

유럽과 일본이 오랜 전통의 가문을 이용,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은 좋은 사례이다. 경북의 종가 문장'인장 역시 특산품이나 기념품, 문화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고택과 종가가 많은 경북을 찾아 숙박체험을 즐기는 관광객에게 종가음식 등을 묶어 상품화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경북도는 희망 종가가 있을 경우, 추가사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시도는 이제 시작이라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숫자는 중요치 않다는 사실이다. 참가 종가나 제작 종가 문장의 많고 적음은 숫자일 뿐이다. 무엇보다 내실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물론 사업 추가도 필요하다. 이는 기존 제작 문장'인장이 과연 제대로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를 먼저 꼼꼼히 챙기고 난 뒤 판단할 일이다. 우리가 바라는 '명품 브랜드'는 많지 않고 새로 만들어 내기도 어렵다. 떠들썩한 겉치레보다는 활용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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