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일 동안 천국을 누볐다던 의사, 그가 말한 神이란?…『KBS 파노라마 <신의 뇌>』

KBS 파노라마 제작진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고흐, 노벨, 나폴레옹, 시저,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단테, 파스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신을 만났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파스칼은 31세 되는 해인 1654년 11월 어느 날 밤, 불꽃 같은 성령을 체험했다면서 이때의 체험을 600자 분량의 시 형태로 양피지에 기록하기까지 했다.

이런 경험 탓인지 파스칼은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경우,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라는 '신의 존재'에 대한 대담한 내기를 제안했다. 이것이 인생은 물론 사후 세계까지 건, 그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이다. 파스칼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신을 믿었는데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천국에 가게 된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있다면, 지옥에 가게 된다. 신이 없다면 양쪽 다 아무런 이득이 없다. 파스칼은 이 기독교 변증론을 통해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무리 낮아도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성령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파스칼은 이렇게 다소 논리적 한계를 무릅쓰고 수많은 변수를 무시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사람들이 신을 믿도록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예 천국을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2012년 10월 8일 자 뉴스위크는 '천국은 진짜다'(Heaven is Real)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하버드대학 신경외과 의사 이븐 알렉산더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7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7일 동안 천국을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날 이후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신의 무한하고 강력한 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쉽사리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천국 체험' 이전에 그는 철저한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에 기반한 과학자였고, 비종교인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300여 년 동안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과거 신의 영역이나 초자연적 현상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렇다고 과학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과학은 그동안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반면에 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가장 노력해온 것도 바로 과학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첨단 과학은 신의 거처까지 찾아냈다. 바로 인간의 '뇌'다. 그렇다고 과학이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아직 신과 종교의 많은 부분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2014년 4월 방송된 KBS 파노라마 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2부작으로 방송이 나갔지만, 사실은 4부작으로 기획된 다큐멘터리였다. 책 출간이 결정되면서 애초 4부작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들까지 모두 책에 담기로 했다. 방송 시간 관계상 생략됐던 인터뷰는 박스 글로 담겼다.

제작진은 "21세기 과학의 시대에, 똑똑한 사람들이 왜 신을 믿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제작진은 하버드대학 신경외과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인류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만신(=여자 무당) 김금화, '무신론 전사'라 불리는 마이클 셔머, 17개국을 여행하며 40여 가지 종교를 체험한 위르겐 슈미더, 14번이나 환생한 린포체, 기도와 명상으로 병을 고쳤다는 신자들, 우리나라 대표적 종교학자 정진홍 등을 만났다.

어쩌면 종교는 선택과 믿음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독자들은 어느 쪽에 걸고 싶은가. 인생과 사후의 삶을 걸고 파스칼의 내기에 동참하기 전에 그동안 과학이 밝혀낸 신과 종교에 대한 여행을 떠나보자. 288쪽, 1만3천원.

석민 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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