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이중섭 편지

이중섭 편지/ 이중섭 지음, 양억관 옮김/ 현실문화 펴냄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이 전쟁과 가난 때문에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내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그의 그림과 함께 수록한 책이다. 이중섭이 그린 그림엽서, 초기 드로잉, 은박지 그림, 유화 등 78점을 발표 연대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이중섭은 1952년 한국전쟁 때 일본인 아내 마사코(이남덕)와 태현, 태성 형제를 일본으로 보냈다. 이후 부산, 경남 통영, 서울, 대구를 전전하면서도 계속 가족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 속에서 이중섭은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였고, 두 아이를 그리워한 아버지였다. 이중섭은 일본어로 편지를 썼다. 일본어에 익숙한 아내와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중섭의 편지는 그의 예술이 그리움의 미학으로 가득함을 말해준다. 편지에 곁들인 삽화에는 문장으로 다 말하지 못한, 가족에 대한 사랑의 향기가 물씬 배어난다"고 했다.

이 책의 특징은 이중섭의 편지로 그의 감정 상태 변화를 읽고, 화풍의 변화도 함께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중섭은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황소가 끄는 소달구지에 가족을 태워 남쪽 나라로 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적었고, 1953년 경남 통영에서 '떠받으려는 소' '노을을 등지고 울부짖는 소' '흰 소' 등 명작들을 남겼다.

그러나 이중섭의 소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4년여 만인 1956년 9월 이중섭은 간염이 악화돼 숨졌다. 이중섭의 마지막 편지는 1955년 12월에 쓴 것이다. "나의 소중한 남덕 씨. 앞으로 1주일이면 퇴원한다오. 4, 5일 뒤에는 그대에게 또 아이들에게도 그림을 그려 보낼 생각이오. 건강한 모습으로 기다려줘요. 힘차게 살아주세요." 271쪽, 1만3천800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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