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계절의 여왕인 것은 꽃들의 향연이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그래서 꽃 타령을 해보고자 한다. 식물종의 95%는 꽃식물이다. 꽃식물은 지구 상에서 지극히 오래된 생물 중의 하나다. 향기를 뿜고 색깔로 유혹을 한다. 수술은 꽃가루를 갖고 있고 암술은 씨방을 품고 있다. 화려한 꽃잎과 꿀의 유혹을 받은 벌이나 나비가 수술의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꽃의 암술에 꽃가루를 퍼 나르면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1858년 '종(種)의 기원'으로 자연선택설에 의한 진화론을 발표했던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은 꽃식물의 유래를 '지긋지긋한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그만큼 꽃식물의 역사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런 수수께끼 같은 꽃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정서는 유난히 진달래꽃과 친근했다. 삼국유사의 신라 향가 편에 수록된 '헌화가'(獻花歌)에도 진달래꽃은 애달픈 남녀의 춘정(春情)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보릿고개의 허기를 달래주었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우리의 온 산하를 꽃천지로 만들어왔다.
진달래꽃을 피게 한다는 두견새 울음 또한 비 오는 봄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꽃 중의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고도 했으니, 시인 김소월은 '임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진달래꽃 아름 따다 뿌리 오리다' 라고 명시로 예찬하기도 했다.
사랑과 인생과 꽃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인가 보다. 탄생, 생일, 만남, 결혼 등 모든 축하에 꽃다발이 사랑의 메신저가 되고, 슬픔에 대한 위로와 조화(弔花) 같은 이별의 섭섭함에도 꽃은 사람의 마음을 대신하니 말이다. '인생은 꽃으로 시작해서 꽃으로 끝난다'라는 것이 필자의 심정이다.
비단, 눈에 보이는 생물학적 꽃만 있겠는가. 봄 들판을 너울대는 아지랑이꽃, 바람꽃, 안개꽃도 있으며, 사랑의 꽃, 행복의 꽃, 삶의 꽃과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불꽃이 있다.
또한 불가(佛家)에는 3천 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는 우담바라꽃이 있고, 천상계(天上界)의 꽃인 만다라꽃도 있다. 이 만다라꽃의 결정체로 불국토(佛國土)를 상징하는 화엄(華嚴)의 꽃이 있으니, 가히 삼라만상의 최고의 꽃이리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든 것이 꽃이 아닌 게 없다. 그 꽃들이 모이면 바다가 되고, 다시 바다들이 모이면 꽃(화엄)이 된다. 물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고 구름바다(운해'雲海), 모래바다(사막'沙海) 사람바다(인해'人海) 별바다(은해'銀海), 이 모두가 꽃밭이 바다로 펼쳐진 별천지이다. 화엄이란 돌고 도는(윤회'輪廻) 우주질서 자체가 아름답고 영원한 꽃이라는 의미일 터, 뭇 중생들은 악행(惡行)을 삼가고 선행(善行)을 쌓으면 생사를 초월하여 화엄동산에 영생(永生)하는 것이다.
좋은 인생이라는 것은 꽃향기와 같이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함이다. 향기가 있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우니, 그것을 일컬어 절 집안에서는 여래향(如來香)이라 한다. 슬픔이 있는 곳에 위로가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치유가 있다. 삶이란 사랑과 자비를 베풂에 그 최상의 의미가 있을 따름이다.
연초록 봄 기슭에 기대어 가슴속 깊은 기도를 해본다. 사람, 사랑, 행복의 꽃에 대하여….
지거 스님/청도 용천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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