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자연과학고 장애인 학생 위한 특수교육 현장 가보니

"더디지만 꾸준히" 미래 직업인으로 자립 준비

대구자연과학고 장애인 학생들은 매주 한 번 제빵 실습에 참가한다. 학생들이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 작업을 거쳐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컵 파운드케이크를 마지막으로 비닐에 담고 있다. 대구자연과학고 제공
대구자연과학고 장애인 학생들은 매주 한 번 제빵 실습에 참가한다. 학생들이 재료를 계량하고 반죽 작업을 거쳐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컵 파운드케이크를 마지막으로 비닐에 담고 있다. 대구자연과학고 제공
쇼핑백 손잡이 노끈을 묶는 작업 훈련을 하는 학생들. 칠판에는 학생 스스로 정한 목표 작업량과 결과가 적혀 있다.
쇼핑백 손잡이 노끈을 묶는 작업 훈련을 하는 학생들. 칠판에는 학생 스스로 정한 목표 작업량과 결과가 적혀 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예르제과제빵직업학교. 14일 오전 9시 인근 대구자연과학고 장애인 학생들이 실습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날의 수업은 컵 파운드케이크 만들기. 학생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강사의 지시대로 테이블에 재료를 옮기고 무게를 잰다. 2'3학년 12명이 3개 조로 나눠 재료 계량, 반죽, 빵틀에 담기 등 역할을 맡았다. 밀가루 460g, 설탕 330g, 마가린 350g…. 전자저울로 재료 무게를 재는 과정에서 주변으로 흘리기 일쑤였지만 학생들은 그 나름 진지했다. 매주 1회 이뤄지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직업훈련 장면이다.

◆장애-비장애인 어울려 함께 살아가기

올해 대구자연과학고에 다니는 장애인 학생은 모두 32명. 대구 지역의 고교 중에서도 숫자가 많은 편이다. 대부분 정신지체, 자폐성 장애 학생들이다. 1학년 12명, 2학년 6명, 3학년 14명으로 그중 11명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완전 통합 수업을 받는다. 대구자연과학고는 학년별 하나씩 3개의 학습도움실(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수교사 3명 외에 실무원 2명, 사회복무요원 2명이 장애 학생들의 교육을 돕는다.

이날 오전 전국영어듣기평가시험 응시를 위해 제빵 실습을 빠진 1학년 학생들이 학습도움실에 모였다. 사실 장애 학생들이 영어듣기 시험을 치른다는 것에 의아했지만, 특수교육 경력 27년의 정재화 교사는 "학교 장애아 교육의 목표는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비록 학생들의 인지'사고 능력이 떨어지지만 또래 학생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소속감을 가지게 하려는 배려 차원에서 시험에 응시하게 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또 장애 증상에 따라 일반 교실에서 이뤄지는 통합교육 수준을 조절한다.

◆따뜻한 가슴으로 장애아 보듬는 선생님들

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도움실 수업은 크게 국어, 수학, 직업교육으로 구성된다. 수업 내용은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훈련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국어의 경우 발표를 통해 자기 표현력과 주장을 펼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신장시킨다. 수학은 일상생활과 향후 일자리와 관련한 수 개념을 익히도록 해준다. 생일, 전화번호를 외우게 하며 물건값을 익히고, 5개'10개씩 물건 포장 연습을 시키는 등 숫자에 대한 기능적 접근을 한다. 직업 수업은 농사용 오이 집게 조립, 쇼핑 백 조립 등 간단한 작업을 반복하게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그날 작업할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뿌듯해한다고 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작업 지시 내용을 익히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끊임없이 칭찬하며 격려한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아이들도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고 했다.

옆에서 학생들의 포장용 봉투 조립 작업을 돕던 조정희 특수실무원도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자폐 학생들이 정서적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안정감을 찾는 것을 보면 교육의 힘을 새삼 느낀다"고 전했다.

◆장애인 교육 현장에서 아직 부족한 여건들

특수교육 관련 교사들이 사명감으로 버티지만 현실적인 여건 뒷받침이 아쉽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교육과정은 향후 진학과 취업을 통한 자립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3학년 학습도움실을 맡고 있는 조창국 교사는 "학교교육 이후 중증장애인이 갈 수 있는 직업시설과 생활시설의 연계가 부족하다"면서 "부모가 장애아를 끝까지 책임지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 적응을 위한 준비 시설에 사회가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교육 보조 인력의 충원이 급하다고 했다. 전체 32명의 장애 학생을 교사'실무원 5명이 맡기엔 벅차다는 것이다. "과거 10여 명을 혼자서 맡아 이동시키고 체험학습까지 진행한 것에 비하면 요즘은 수업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 조 교사는, "현재 실무원 선생님 2명도 겨우 졸라 올해 1명이 보충되었다. 사회복무요원도 전역을 하면 다음 충원까지 공백 기간이 긴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권영숙 교사와 이채남 실무원은 "감정조절이 어려운 장애학생들을 보살피는 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떨 땐 덩치 큰 학생을 일대일로 감당하기가 힘들다. 간혹 학생을 상대하다 예기치 않게 다쳐도 속앓이를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석수 기자 s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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