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의 날…자폐아 두 아이 일반 학교 보낸 엄마

"장애아=특수교육 대상자 세상 편견에 맞서 이겼죠"

아이 엄마의 가슴은 새까맣게 탔을 거라고 생각했다. 중'고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모두 자폐아였기 때문에 그리 짐작했다.

두 아이를 모두 '일반' 학교에 보내는 교육 환경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눈물이 다 말라서였을까. 취재를 위해 만난 자폐아의 어머니는 담담한 목소리로 쉽지만은 않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변 편견과 몰이해에 맞서느라 그런지 씩씩한 모습도 보였다. 여자로서의 삶 대신 오로지 어머니의 헌신으로만 살아왔음이 묻어났다.

현재 고교에 다니는 큰아이의 '이상'을 발견한 것은 세 살 때였다. 보채지도 않고, 주변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경계선급 자폐성 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처음엔 감기처럼 약 먹으면 낫는 병인 줄 알았단다. 엄마는 점차 병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자폐아는 자기 세계에 갇혀 살기 때문에 사고력이 늘지 않고 언어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진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운동, 언어, 감각 통합치료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은 친정 어머니에게 맡겨 놓은 채였다.

그러다 엄마는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친정 어머니가 둘째가 큰애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자폐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엄마의 처절하고도 힘겨운 고행이 시작됐다. 엄마는 몸이 하나였기에 둘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큰애에게 처음부터 신경이 쏠리니깐 동생에게는 소홀하게 되었어요. 지금 둘째의 증상이 조금 더 심한 것도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는 엄마의 사랑과 눈물, 한숨을 먹으며 자랐다. 수영을 가르쳐도 발차기에만 1년이 걸렸다. 팔 돌리기에 1년…. 더디지만 천천히 나아갔다. 엄마는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아침, 점심을 건너뛰기 예사였다. 등교시키고 나서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다. 운동회 매스게임 연습을 하면 보조 선생님을 자처하며 곁에 있어 주었다.

반 아이들의 놀림과 장난도 가슴으로 받아 냈다. 한번은 아이가 매일 압정을 하나씩 엄마에게 전해주었다. 무심코 있다가 아이 샤워를 시키면서 허벅지 상처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친구들이 아이 의자에 압정을 얹어 놓은 것이다. 아이 상처는 아물어도 엄마의 가슴에는 침이 깊게 박혔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도 지켜주지 못했음에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육에 대한 엄마의 소신은 분명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정규학교 입학 유예가 대부분이지만, 두 아이 모두 일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일반 통합교육'을 고집했다. "처음 아이를 장애인 복지관 부설 유치원에 보냈더니 중증 장애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틱 증상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모방 학습 영향을 고려해 일반 학생들 속에서 보고 배우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대신 엄마는 잠시라도 몸을 쉬지 않았다. 요리사, 운전기사, 과외선생, 친구의 역할을 다 해야 하는 철인이 되어야 했다. 학교에 가는 두 아이가 반듯하게 보이도록 최선을 다했다. 입고 벗기 쉬운 고무줄 바지를 입혀 보내지 않고 지퍼와 단추가 달린 옷을 입혔다. 수백 수천 번 함께 연습을 했기에 교복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내가 내 아이를 존중해야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아이 대하는 시선으로 지켜보고,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부모의 의지를 주입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밝고 그늘 없이 자랐다.

아이가 하루에 0.1㎜씩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것이 보이니까 엄마는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유식 먹이듯 학습을 시켰습니다. 바늘시계 보는 법, 사전 찾는 법 등을요. 다른 아이들이 미적분 공부할 때 비록 연산을 하지만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장애인 복지카드가 없다. 엄마는 "장애인 등록을 하면 희망을 접고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부모가 포기하면 아이는 그대로 멈추게 됩니다. 평생을 고칠 각오로 매일 마음 자세를 다잡았습니다."

엄마는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장애인 엄마로 사는 것은 용서할 마음이 없으면 못 살아갑니다. 그만큼 주변으로부터 당해 봤기에 상처 주기가 싫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데…. 깃털 하나의 무게라도 내게 더 얹혀진다면 아마 쓰러질 것입니다."

또 이렇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우리 아이를 남과는 조금 다르지만, 융통성이 없고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캐릭터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시간에 기침을 해도 우리 애가 하면 문제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장애아도 학교에서 수업받을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은 듯합니다. 일반 통합교육이 다수의 동의와 허락이 있어야 겨우 교실 공간에 끼워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석수 기자 sslee@msnet.co.kr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 엄마 마음을 헤아려 아이의 나이, 성별, 학교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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