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드시 솔로 탈출" 장애인 단체 맞선, 특별한 외출

"서로 아픔 보듬을 수 있는 마음 넓은 분 만났으면…"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18일 대구 호텔더팔래스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18일 대구 호텔더팔래스에서 열린 '제14회 대구시 장애인 맞선 대회' 참가자들이 마음에 드는 짝을 지목하기 전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장성준(가명'43) 씨는 18일 오전 6시부터 특별한 외출을 준비했다. 셔츠와 재킷을 입고 새로 산 양말까지 신었다.

머리 손질에만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장 씨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장 씨가 오늘 향하는 곳은 장애인 맞선이 열리는 행사장. 장 씨는 "올해로 4번째 참가다. 혼자 콜택시를 타고 오느라 힘들었지만 좋은 만남을 위해 힘든 것도 잠시 잊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 봉덕동 호텔더팔래스에 '솔로 탈출'을 외치며 약 56명의 남녀가 모였다. 이곳에서 열린 행사는 단체 맞선. 참가자들 얼굴에는 새로운 만남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구광역시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는 장애인 단체 맞선은 올해로 14번째 열리는 행사. 참가자는 남자 31명, 여자 25명이었다. 각각 테이블에는 나이별, 장애별로 성별을 고려해 배치됐다.

행사에 참가하는 이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중구 남산동에서 온 손주완(가명'29) 씨는 "결혼을 희망하는 부모의 권유로 참가했다. 마음이 넓은 여자분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매력을 호소할 시간이 한정돼 있었기에 기회를 서로 잡으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실제 '노래자랑' 순서에서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주최 측의 예상과는 다르게 18명이나 노래를 신청했다. 결국 1절만 부르고 몇몇은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기도 했다.

맞선의 묘미는 행사 3부에 진행된 커플게임 순서.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순서였다. 게임은 참가자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무대로 데려와 빼빼로 게임을 하는 방식이었다. 김정균(가명'35) 씨는 행사 내내 눈여겨보던 이민정(가명'29) 씨를 용기를 내 무대로 데려왔다. "김정균 씨가 데리고 나와줘서 어떻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씨는 "좋다"며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씨와 이 씨가 남긴 빼빼로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이날 커플 게임에서 이들 커플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모두 여섯 커플이 맺어졌다. 사회자가 성사된 커플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호명된 커플은 무대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수줍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날 커플이 된 천주희(33) 씨와 정영선(42'여) 씨는 이름을 적는 순간에서야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6년 전 한 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났던 이들은 이날 우연히 다시 만났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가진 아픔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게 이날 맺어진 커플들의 행복이었다. 천 씨는 "2001년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는 장애를 받아들이기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2009년에 이 사람을 만났을 때 장애를 긍정적이고 밝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평생 밝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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