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외국인 혐오도 함께 '쑥'

범죄 터질때마다 따가운 시선, 비하하는 발언 들으면 서러워

지난 2006년부터 국내에서 통역 업무를 한 스리랑카인 A(42) 씨. 그는 여행사 대표 김모(46) 씨에게 최근 접근해 "스리랑카에 땅 살 돈을 빌려주면 이익금을 주겠다"고 속였다. 김 씨는 A씨의 능숙한 말솜씨와 두터운 친분 때문에 A씨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 투자금 명목으로 12차례에 걸쳐 1억3천만원을 빌려줬으나 약속한 이익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김 씨는 지난 1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 15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외국인 체류자가 늘면서 범죄가 늘고 범죄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폭력이나 절도 등 단순 범죄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기 등 지능범죄도 증가 추세에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에서 범죄에 연루된 외국인 수는 2012년 725명, 2013년 804명, 2014년 934명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에 연루된 외국인 수도 2012년 184명, 2013년 290명, 2014년 264명 등이었다.

사기 등 지능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 수 또한 증가 추세다. 지능범죄 혐의로 대구에서 검거된 외국인은 2012년 112명, 2013년 208명, 2014년 135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2만5천여 명, 불법체류자는 2천~3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 외국인이 늘다 보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면서 '외국인혐오'(제노포비아) 현상도 우려된다.

대구 북부정류장 인근은 외국인 범죄가 터질 때마다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가장 피부로 느끼는 곳이다.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가 50여 곳이 모여 있기 때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중국동포는 "중국동포가 벌인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큰 사건이 터지면 큰 소리로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동포 전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서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정부는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자 지난 2월부터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이주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센터를 자주 찾던 불법체류자 20여 명이 한꺼번에 추방을 당했다. 단속은 불가피하지만 단속 강화는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궁지에 몰린 외국인들의 범죄 개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들도 "단속 위주 정책은 체류 외국인이 10만~20만 명 때의 정책"이라며 "외국 체류자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 만큼 단속과 함께 체계적인 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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