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자금 후원 실명제 빨리 도입하라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와 야를 구분하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후원금 출처가 성 전 회장임이 드러난 경우는 거의 없다.

제3자를 동원해 소액으로 나눠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쪼개기식' 차명 후원 방식 때문이다. 성 전 회장에게서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밝힌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 역시 이런 방식으로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씩 후원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04∼2014년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성 전 회장의 명의로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금 목록이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치자금 후원 방식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4년 이후 경남기업 임원 9명이 국회의원 6명에게 6천75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중 한 임원은 500만원씩 네 차례 후원금을 내면서 '고문' '회사원' '고향 후배'로 각각 다르게 적었다고 한다. 이로 미뤄 성 전 회장의 정치자금 후원은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행법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1회 3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면 고액 후원금으로 분류돼 명단이 공개된다. 하지만 주소, 주민번호, 직업 등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완구 총리가 충남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2006년 고액 후원 71건 중 인적사항을 부실하게 기재한 것이 18건이나 됐다는 것은 현행 제도의 맹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치가 '검은돈'과의 유착을 끊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후원금 액수와 사용처는 물론 후원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에는 새정치연합 김민기 의원의 대표 발의로, 고액기부자의 이름'생년월일'주소'직업'전화번호를 알 수 없는 후원금은 국고로 귀속시키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성완종 파문은 이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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