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에서는 국제행사 하지 말라는 정부의 갑질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준비가 막판까지 불협화음이다. 이번에는 선수촌 건립 사업비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 선수촌은 체육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짓기로 했다. 국방부 조직위와 새누리당 이한성 국회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0억원을 지원받아 100억원은 조직위 운영비로, 나머지 100억원은 선수촌 건립 사업비로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문화부가 갑자기 100억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문경시에 통보해왔다. 체육진흥기금으로 선수촌 건립비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경시는 "국방부 조직위가 선수촌 조성을 위해 체육진흥기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해 공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반발했다.

국방부 조직위는 문화부의 방침에 따라 200억원을 모두 운영비로 바꾸고 조직위 자체 예산에서 100억원을 선수촌 건립에 지원하는 방법으로 해결점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는 편법으로 이미 편성한 예산을 조직위가 제멋대로 주무르는 것과 같다. 무려 100억원이나 되는 사업비를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꿰맞추는 고무줄 운영을 하는 셈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처음부터 잡음을 일으킨 것은 문경시의 무리한 대회 유치 탓도 있지만, 지방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 대한 정부의 '갑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방부 조직위가 모든 사업비를 틀어쥐고 일방통행식으로 운영하면서 문경시와 경북도에는 분담금만 요구했다. 그러나 시와 도는 이 분담금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었다. 조직위가 '돈만 내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으로 횡포를 부려서다. 이 때문에 문경시와 경북도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분담금만 낼 뿐 대회 개최를 계기로 이끌어 내야 할 지역 발전 계기 마련도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지방에서 열린 국제행사에서의 정부의 '갑질'은 최근 막을 내린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에서도 잘 드러났다. 대구경북은 들러리만 서고 모든 결정은 정부가 했다. 개막식 때는 사고까지 일어났지만, 조직위는 아직 해명조차 없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모든 문제도 국방부 조직위의 경직성 탓에 빚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갑질'을 할 것이면 지방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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