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는 귀농의 천국" 귀농 10년째 김준현·주애경 씨 부부

호주 살다 자녀 교육 때문에 고향으로…칡소 15마리 사육·부지깽이 등 농사

"큰 욕심 없이 성실하게 살겠다는 이들에게 울릉도는 귀농의 천국입니다."

울릉도 귀농인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김준현(52)'주애경(49) 부부의 말이다.

이들 부부는 2004년 호주 이민생활을 접고 주 씨의 고향인 울릉도로 들어왔다. 한국어가 서툰 11살 둘째 아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건축 일을 하며 울릉군으로부터 송아지 2마리를 받아 기른 것이 계기였다. 3년 정도 살다 둘째 아들이 한국어가 익숙해지면 자녀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나갈 생각이었지만, 농촌생활의 재미를 알아가며 어느덧 10년 세월이 흘렀다.

김 씨 부부는 서면 윗통구미 마을에서 칡소 15마리를 기르며 1만여㎡의 밭을 일궈 부지깽이와 명이 농사를 짓는다. 김 씨는 울릉도가 가진 것 없는 성실한 이들이 살기에 그만인 곳이라고 했다.

"농'축산업 종사자를 위한 혜택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죠. 정착의 계기가 됐던 송아지도 울릉군이 무이자로 빌려준 겁니다. 3년 뒤 송아지 2마리로 값는 식이죠. 가장 많았을 땐 36마리까지 불렸습니다.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 절반 정도로 줄였지만요. 울릉군에 감사하죠."

김 씨의 말처럼 울릉군은 농사용 모노레일을 설치하거나 산나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저온저장고, 취나물 삶는 기계 등의 구입을 원하는 농민들에게 시설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농업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주 씨는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하려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이들 가운데는 중도에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아요.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늘려가는 재미를 알아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울릉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44가구 74명이 울릉도로 귀농했다. 절반 정도는 북면에, 나머지는 서면과 울릉읍에 각각 나뉘어 산다. 이들 대부분은 명이를 비롯한 울릉도 특산 산나물 재배를 주업으로 한다. 귀농인구가 경북의 타 시군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2013년부터 귀농을 원하는 이들의 문의가 분기별 서너 건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울릉군은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귀농정착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관련 조례 제정이 목표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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