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청 시대, 안동 양반들 달라진다] <4>친절하고 부드럽게 '시민의식개혁'

'에헴' 안돼요 목에 힘 빼고 "하하" 웃어요

도산면 온혜2리 주민들이 신명나게 율동을 하는 모습.
도산면 온혜2리 주민들이 신명나게 율동을 하는 모습.
안동시는 지역민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한 새봄맞이 국토대청결운동을 펼쳐 깨끗하고 청정한 안동 이미지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지역민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한 새봄맞이 국토대청결운동을 펼쳐 깨끗하고 청정한 안동 이미지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가 안동의 명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비위생적이고 청결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떡볶이 골목 환경개선사업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가 안동의 명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만, 비위생적이고 청결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떡볶이 골목 환경개선사업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시민의식개혁' 분위기를 올해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띄우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재단의 '생활문화운동'을 비롯해 바르게살기협의회의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과 환경정화운동, 외식업 단체들의 친절'청결'착한가격제 운영 결의 등으로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안동의 이미지를 벗는 데 노력하고 있다.

안동시도 다양한 방법으로 부드럽고 친절한 안동 이미지 알리기에 나서는 등 신도청시대를 앞두고 안동 양반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중이다. 이제 안동'안동 사람들은 하회탈 선비의 찌푸린 인상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 미소인 양반탈처럼 웃음 띤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행복'건강'공감'배려하는 '생활문화운동'

한국정신문화재단이 행복마을 조성사업 시범마을로 선정한 안동 도산면 온혜2리. 이 마을 주민 60여 명은 매일 저녁이면 마을회관에 모여 '건강하고 행복한 새 생활문화운동'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월요일에는 노래로 신바람 나는 삶을 만들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명상과 요가 등 율동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수'금요일에는 이목 온계 종손으로부터 새 생활문화운동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듣거나 이용태 정신문화재단 이사장의 행복강좌 비디오를 시청한다. 일주일 동안 배우고 실천한 내용을 중심으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국정신문화재단의 생활문화운동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주민들 스스로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고 행복과 건강한 삶을 살자는 목적이다.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으로 행복과 활력이 넘치는 도청 소재지 건설에 앞장서는 시민으로 거듭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시범마을로 선정된 도산면 온혜2리는 사실상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정신문화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성리학을 집대성한 퇴계 이황 선생이 태어난 태실이 있으며, 진성 이씨가 터를 잡은 곳이다.

퇴계 선생의 할아버지인 노송정 이계양(老松亭 李繼陽) 선생이 터를 잡은 이후 숱한 학자들이 배출됐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 스스로 시민의식 개혁의 모범으로, 안동의 정신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 60여 명은 지난해 12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아 외지인들이 받는 특강을 들었다.

지난 2011년 11월 폐교위기에 처했던 온혜중학교를 온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기숙형공립중학교로 만들었다.

전통적 교육의 고장인 이 마을에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의 참여와 열의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는 각오는 결국 기숙형공립중학교 유치로 이어졌다.

온계 선생 17대 종손 이목(李睦) 씨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신도청시대를 맞아 시범실시되는 생활문화운동을 통해 주민들은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면서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름 부르고, 박수로 환영하고 '행복해요'

21일 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농촌마을에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바쁜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저마다 집에서 쉴 시간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마을회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7시 30분부터 생활문화운동이 시작되지만 7시쯤에는 이미 사람들로 회관이 가득 찬다. 먼저 온 사람들은 이웃 주민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댁(양반), ○○○씨 어서 오세요'라며 환영한다.

이날은 율동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날이다. 월요일 배운 가사 바꾼 노래의 가락에 맞춰 한바탕 신나게 춤판을 벌이고, 요가로 하루 종일 농사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날이다.

온혜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환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누구 하나 힘든 내색이나 찌푸린 인상이 없다.

5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마을 사람들은 모두에게 이름을 불러준다. 특히, 외지에서 시집온 며느리로 한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자기 이름은 '잊혔던 자신'을 되찾아 주는 기쁨이 되고 있다.

85세의 삼대댁 정남용 할머니를 비롯해 55세의 영광댁 정성순 씨, 67세의 박실양반 이목 선생, 영양댁 이봉순(64)'영양양반 김천득(69) 씨 부부도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하하 호호 웃음꽂을 피운다.

이날 온혜 사람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강사 안동댁의 율동을 따라 한다. 에어로빅이 되기도 하고, 디스코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마을회관이 춤판으로 변해 한바탕 신명을 표출해낸다.

이내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지만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이어 마을회관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요가센터로 탈바꿈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굳었던 몸을 풀어준다. 발바닥을 누르고, 온몸을 쭉쭉 펴서 관절과 근육을 풀어준다. 이내 진지한 모습이다. 누구하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이다.

총무인 영광댁 정성순 씨는 "택호와 이름을 불러주면 친근감이 생겨요. 여자들은 사실 자기 이름을 잊고 살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기 이름과 택호를 되찾아 자긍심도 생겨요. 안동 사람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도청을 맞아야겠어요"라고 한다.

이 마을 주민들은 생활문화운동이 시작되면서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일이 있다. "나는 행복하다" "역지사지"라는 구호를 외치는 일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외치며 하루 일을 시작하고, 오늘 하루 행복했다고 말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들은 '행복하다'를 1년에 10만 번 이상을 외칠 각오다. 수십 번을 반복하고, 저녁마다 새로운 삶을 위한 생활문화운동으로 행복한 삶이 되고 있다.

◆사회단체마다 시민의식개혁운동에 적극

안동시는 지난 3월 최외출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를 초청해 시청 공무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 동력, 왜? 어떻게'란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이날 특강은 신도청시대의 본격적 개막에 앞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새마을정신을 발전 계승하고, 공직자 스스로 변화의 흐름을 선도해 지역발전에 접목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도청 시대에 걸맞은 깨끗하고 쾌적한 시가지 조성에도 안동시의 노력이 다양하다. 지난 3월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앞 강변둔치에서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국토대청결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시'도의원, 시'도청 공무원,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자연보호협의회 및 민간단체 회원 등 1천여 명이 함께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새봄을 맞아 신도청 소재지 시민으로서 아름답고 행복한 안동 만들기에 나서 안동을 찾는 관광객에게 청정하고 깨끗한 첫인상을 보여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안동지역의 명소가 된 '떡볶이 골목'에 대한 환경개선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평소 이곳은 비위생적이고, 청결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안동시는 이곳 포장마차마다 음식물 찌꺼기와 사용한 물을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주는 등 청결하고 깨끗한 먹거리 명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 안동시협의회는 기초질서 등 법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바르게살기운동의 기본 이념인 진실'질서'화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신도청 시대의 성공적 개막과 선진시민의식 함양을 위해 실시한다. 법질서 지키기, 아동 성폭력 및 학교폭력 근절과 함께 매월 현안을 알린다.

(사)한국외식업 경상북도지회 안동시지부도 지난 3월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도청맞이 친절'청결운영을 결의했다. 이날 이들은 안동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기, 청결하기, 착한가격제 적극 실천하기 등으로 다시 찾고 싶은 안동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더불어 안동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좋은 식단제 운영과 나트륨저감화 사업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민들의 건강을 함께 챙길 것을 결의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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