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물 올림픽인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12~17일)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물을 주제로 열린 세계물포럼 참석을 위해 각국의 정상과 장관급 각료, 물 관련 대표, 전문가 등 170여 개국 손님들이 지역을 찾아왔다. 경주에서도 정치적 과정과 지역별 과정, 시민포럼 등이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고 각종 문화행사도 잇따랐다.
기자는 엿새 동안 열린 경주회의의 전반적인 행사를 취재했다. 그러나 취재 후기를 말하라면 물포럼 자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반면, 행사 운영과 진행 과정은 낙제점을 주고 싶다. 취재기자는 물론, 각국의 참가자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린 일들이 많았다. 조직위와 경주시의 엇박자, 볼거리 없는 행사에다 시민참여가 거의 없는 바람에 일류 행사가 삼류 행사로 전락 했다.
완전히 허점투성이 행사였다. 3일간 상영된 물영화제 상영관 관객은 하루 고작 5, 6명에 그쳤다. 토론회 경우 당사자들만 달랑 앉아서 토론을 하는 등 시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주행사장인 대구에서 경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홍보 부족으로 승객이 거의 없었다.
지나친 일회용품 사용도 도마에 올랐다. 포럼기간 동안 참가자들에게는 물과 행사 안내도, 경주 관광책자 등이 무상으로 제공됐지만 모두 페트병과 종이 등 일회용품들이다. 물포럼은 환경을 살리자는 취지인데 대회 주최 측은 행사 성격은 아랑곳없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환경파괴용품을 내놨다. 예산을 허투루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사례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 같은 비난은 경주회의를 책임진 경주시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그러나 경주시도 할 말은 있었다. 경주시는 특급호텔과 엑스포, 보문단지 등에서 수없이 많은 행사를 치른 경험으로 인해 물포럼 정도는 눈 감고도 치러낼 수 있었지만, 자신들은 행사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는 항변이다. 경주시의 한 고위 간부는 "중앙과 지방 조직위, 일선 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문제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포럼 조직위는 물론, 이벤트 회사도 개최지인 경주시에 행사 운영 또는 홍보에 관여를 못 하게 하는 바람에 행사 내내 뒷짐만 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조직위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지자체로서는 행사에 관여할 수 있는 틈이 없었다고 경주시는 털어놨다. 결국 눈 감고도 행사를 치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경주시는 고스란히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이번 물포럼은 '중앙정부의 지방정부 경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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