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두 음악회를 다녀왔다. 14일 시민회관 그랜드홀에서 이동신이 지휘를 맡은 세계물포럼 기념 대구시립교향악단 특별기획 '물 위의 음악' 연주회, 16일 대구시립합창단의 제128회 정기연주회였다. 두 음악회에 참석한 것은 필자의 음악 인생 스승으로서 음악을 알게 하셨고, 아버지로서 삶의 모범이 되어주신 노년의 두 은사님의 작품 발표와 지휘 무대를 축하드리기 위한 걸음이었다. 대구시향 연주회에서 팔순의 임우상(전 계명대 교수) 선생님께서는 15분여 동안 연주되는 대관현악곡 '육감수'(六坎水)를 초연하셨고, 칠순의 안승태(전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선생님께서는 정기연주회의 객원지휘자로 무대에 서셨다.
음악의 감동을 넘어 필자 개인에게, 또 대구 음악계를 향해 큰 메시지를 전해주신 두 어른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이 글을 쓴다. 임우상 선생님께서는 지금도 꾸준히 본인이 남긴 작품과 흔적들을 정리하고 계신다. "작곡가는 곡을 써야 작곡가다"라는 평소 소신이 그러하시지만 그래도 그 연세에 아직도 관현악곡과 같은 대작에 열정을 보이시는 것은 후배 작곡가들과 제자인 필자에게도 모범을 보여주시는 일이어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에 '겉과 속이 그냥 작곡가인 작곡가'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작가가 세상의 스승'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그분의 의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승태 선생님의 연주회는 보다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한 음악회였다. 프로그램부터 청중의 눈높이를 생각하여 적당히 대중적인 음악회를 기획하는 전국 시립합창단 프로그램의 유행병을 그분은 외면하셨다. 약간의 율동이나 몸놀림도 허락하지 않는 전통적인 순수 클래식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이셨다. 중세의 무반주 합창인 마드리갈, 브람스의 작품과 창작합창곡들 그리고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곁들여 연주한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까지. 고음악과 고전 그리고 현대적인 순수음악 작품들을 청중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시립합창단이 해야 할 대구시민들에 대한 봉사와 절제된 감동을 전하며 교육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순수 클래식 공연단체의 정수와 존재 목적을 일깨워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영호 지휘자 이후 1년의 상임지휘자 공백 후 겨우 이기선 지휘자가 부임했으나, 종교성을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떠나 버려 지휘자 공백기의 시립합창단. 대안으로 전임 지휘자들에게 객원을 맡기며 그 공백을 근근이 메우고 있지만, 덕분에 합창 마니아들이 가뭄에 단비 같은 감동을 얻었다. 누구보다 감동한 사람들은 합창단원들이었던 것 같다. 그들 또한 말없이 "본연에 충실하라"는 노지휘자의 암묵적 메시지를 경청하는 듯했다. 대구가 전국적으로 자랑할 만큼 공연장 전문화에 성공한 것처럼, 관현악과 합창도 클래식 및 오페라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양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두 은사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철우(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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