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편함 속 판촉물·쓰레기통… 이런 것도 훔쳐가네요!

노출된 빌라·아파트 우편물 대상…재활용 그물망도 도난

대구 북구 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권모(34'여) 씨는 며칠 전 불쾌한 일을 겪었다.

우편함 부근에서 내용물이 사라진 채 버려져 있는 자신의 우편물 봉투를 발견한 것이다. 자주 이용하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보낸 우편물이었다. 권 씨는 "같은 우편물을 받은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신제품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쿠폰이 들어있었다"며 "쿠폰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내 우편물을 누군가 손댔다는 자체가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우울한 경기를 반영하듯 '좀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절도 물품은 '우편물'이다. 빌라나 원룸은 우편함이 외부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우편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판촉물이나 쿠폰, 출간물 등이 도난당하는 경우가 잦다.

아파트도 우편물 도난에서 안전하지 않다.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주부 임명희(40) 씨는 며칠 전 우편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을 보러 가기 전 자신의 집 우편함에 꽂혀 있던 작은 상자가 20~30분 사이에 없어져 버렸다. 상자에는 한 제약회사에서 보내준 영양제 샘플이 들어 있었다. 임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CCTV 확인을 요청했고 이웃 주민인 50대 여성이 상자를 들고 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임 씨는 "우편함 여기저기를 뒤지고 공과금 고지서도 살펴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상자를 가지고선 엘리베이터를 타더라. 비싼 물품이 아니고 이웃 주민이라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재활용 쓰레기 그물망을 들고 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008년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아파트는 각 가구에서 모아둔 음식물 쓰레기를 대형 수거함에 버리지만, 일반 주택은 개별 용기에 담아 집 앞에 내놓는다. 이를 틈타 용기를 가져가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김모(52) 씨는 "1년 사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3번이나 분실했다. 비용(2천~3천원)도 비용이지만 쓰레기통까지 가져가는 주민들의 의식 수준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가정 외부에 있는 우편물이나 음식물 쓰레기통 등을 가져갔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많다.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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