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고 일으킨 기획사에 또 국제행사 맡기면 안 된다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개막식 때 자격루가 무너지는 사고를 일으킨 기획사가 오는 10월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 행사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세계군인체육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이 기획사는 컨소시엄 형태로 49억원 규모의 대회 개폐회식의 주요 행사를 주관한다. 매스게임과 기계제작물을 이용한 퍼포먼스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기획사는 주로 지방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를 맡았다. 그러나 이 기획사는 이미 2013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물포럼킥오프 행사 때도 부실 진행으로 질타를 받았다. 그런데도 다시 이번 행사를 맡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상이 참석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를 일으켰다. 이뿐 아니라 이 사고로 대구의 도시 이미지는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었다. 대형 국제행사를 치를 능력은 고사하고, 책임을 지는 기본적인 도덕성도 없는 셈이다.

지방의 국제 행사는 개최 장소가 지방일 뿐 모든 권한은 정부 부서에 있다. 따라서 사고가 일어나면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국토부는 자격루 붕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사고 경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진행 미숙이 드러난 회사를 또다시 선정한 경위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치를 국방부 조직위도 이 기획사의 참여를 취소해야 한다.

국방부 조직위는 "회사 관계자에게 안전 조치 강구를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 어물쩍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미 두 번의 실수만으로도 계약 해지 요건은 충분하다. 특히 이 기획사가 속한 컨소시엄은 이번 세계군인체육대회 행사 진행 공모와 관련해 규정까지 어겼지만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회사를 또다시 국제행사에 참여시킨다면 지방의 국제행사를 홀대하는 정부에 대한 비난과 함께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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