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부패와 국가경쟁력

1962년 경북 경산생. 금오공고
1962년 경북 경산생. 금오공고'경북대졸. 공인회계사. 전 대구시 감사관

"청렴은 국가 생존의 문제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말이다. 싱가포르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던 외국 자본 유치는 부정부패 없는 나라를 만들어 국가신뢰성을 높여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싱가포르를 있게 한 것은 정치와 공직사회의 높은 청렴성이며, 그것은 정치인들과 공무원이 앞장서 만들어 낸 결과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시점에 또 한 번의 소모전과 국정 공백이 내다보인다. 굳이 성완종 사건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이 투명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13년 12월 3일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55점으로 OECD 국가 34개국 중 27위이고 조사대상국 177개국 중 46위에 머물고 있다. 부패인식지수란 공무원과 정치인들에 있어 부패가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되는 정도를 말한다.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이고 70점대이면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국가청렴도지수가 OECD 평균인 70점대로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1.4% 증가한다고 한다.

부패가 어떠한 이유로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첫째, 부패는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 제한된 인적'물적자원으로 최대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효율적 자원배분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자원으로 10단위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음에도 5단위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이 뇌물 등의 수단을 동원해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어느 외국 전문기관의 보고서는 한국 IMF 사태의 원인을 '자원배분의 실패'로 진단한 적이 있다. 경제발전에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둘째, 부패는 사회적 자본(Social Trust)의 확충을 저해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한 사회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협력하는 능력이며, 결과는 신뢰의 크기로 나타난다.

반부패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어 있으면 국가발전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하늘을 찌른다. 노사문제, 세월호 유족 보상문제, 공무원연금개혁 등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집단 간의 갈등문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어 있지 않은 결과이다.

셋째, 부패는 투자를 저해한다. 특히 외국 자본의 투자유치는 더욱 그렇다. 부패가 만연해 사회적 투명성이 없는 나라에서 기업이 효과적인 경제활동을 하기가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콴유 총리가 반부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외국기업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이쯤 하면 대한민국호가 국민소득 2만달러의 덫에 걸려 있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을까? 올 초 박근혜 대통령도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라고 했다.

사회적 자본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창조경제보다 수백 번 더 강조되어야 할 단어이다.

부패척결을 위한 제도, 정책, 그것을 집행하는 기관'단체들은 난무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청렴지수는 겨우 낙제수준을 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도와 정책의 부실함과 비효율적인 집행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이번 기회에 부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부패방지의 필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다. 부패란 그저 법률'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는 정도에 그칠 뿐 국가경쟁력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반부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질 때 부패척결을 위한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고 적극적인 국민동참도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부패와 관련해 우리 핏속에 흐르는 정서와 의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듯하다. 합리적'개인적인 서양사상에 비하여 정서적'공동체적 의식이 강한 우리 민족은 부패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부패문제는 정치인과 공무원 등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가 안고 있고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다. 성완종 사건은 우리 의식의 집합체인 사회라는 토양 속에서 자라난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부패 성분이 널려 있는 토양을 정화하지 않고는 부패사건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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