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는 것은 꽃밭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생선 가게에 들어가면 생선비린내가 배고, 꽃밭에 들어가면 꽃향기가 나듯,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느냐에 따라 청소년의 미래가 달라진다. 청소년기에 읽은 좋은 책은 미리 산삼을 먹는 것보다 낫다. 책은 지식습득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강하게 키운다. 명저를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세상을 판독하는 눈이 다르다. 좋은 책 속엔 훌륭한 사람들의 경험이 보물지도처럼 숨겨져 있다. 보배 같은 책은 내용이 진실하면서도 언어의 표현은 아름답고 깊다.
요즘 청소년들의 독서문화를 '검색형 독서'라고 부른다. 하이퍼텍스트 문서나 전자책의 등장으로 독서 개념이 바뀌고, 정보의 저장과 검색이 놀라우리만큼 쉬워진 환경에서,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선택하여 짜깁기하는 독서 양식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범람하는 정보화, 속도화 시대에 필요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병증의 후유가 청소년 문화 저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인터넷 익명 속에 숨어 타인을 비방하는 악플은 옛말이 되었다. 지하철이나 도심 곳곳에서 만나는 이 시대 청소년들의 언어폭력은, 눈 뜨고 못 들을 지경까지 왔다. 물론 일차적 책임은 어른들의 막말에 있고, 그다음은 좋은 독서 습관의 부재와 문제의식의 결핍에 기인한다.
하여, 좋은 독서 습관이란, 먼저 자신에게 적합한 책 중에서 가장 절실하고도 긴요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그리고 문장의 행간을 자세히 볼 여유를 가져야 하며, 쫓기듯 바삐 책장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율곡 이이는 "책을 볼 때에는 자기의 능력에 따라 하루에 우선 한두 단락을 보고 그 부분의 이해가 끝나면 다른 단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고. 숙독(熟讀)과 숙고(熟考)를 권했다. 다산 정약용 역시 맹목적인 독서를 멀리했다. 그는 '질서'(疾書)의 독서 방법을 취했다. 이것은 책을 읽다가 메모했던 독서 방법이다. 그는 질서의 핵심이 문제의식을 갖는데 있다고 보아,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관점으로 사유하기를 권했다.
사람이 책을 읽는 근본 이유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품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창의력을 키우는 개발서도 좋지만,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는 감동적인 문학 작품을 권한다. 좋은 책을 읽다 보면, 고운 말은 자연스레 나온다. 그 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질(質)을 보면, 동시대인들의 인격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무심코 타인에게 뱉은 날카로운 말은 독(毒)보다 더한 독화살이다. 그래서 모진 말은 한 번 가슴에 박히면 뽑아내기 힘들다.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세 치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 옛 글은 이르지 않던가. 물이 썩으면 반드시 사람은 병들게 마련이고, 더러운 말이 난무하는 국가는 필히 국운이 기운다.
김동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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