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학교급식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각계각층의 긴밀한 협조 체계가 필수다.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행정 및 교육 당국은 물론 적절한 식재료의 공급을 맡은 농협과 농민단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착한' 먹거리를 내놓는 영양교사의 협력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을 위한 정책 조언을 내놓는 학부모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경상북도의 친환경 학교급식은 체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경북도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를 꼭짓점으로 학교급식운영위원회와 학교급식가격결정위원회가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한다. 각 시'군 단위에는 친환경 급식의 실핏줄인 학교급식센터운영협의회가 구성돼 아이들에게 질 좋은 친환경 먹거리를 내놓는다.
◆친환경 급식의 컨트롤타워,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
경북도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는 친환경 학교급식의 컨트롤타워이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다. 친환경 학교급식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함으로써 아동'청소년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친환경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의 소비를 촉진시켜 안정된 수급 체계를 완성하는 게 목적이다.
경북도 주낙영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경북도와 경북도교육청의 친환경 학교급식 담당 국장, 각 시'군의 실국장 등 공무원과 학부모 단체, 농협, 교원 단체, 영양교사 및 학교급식 관련 전문가 등 민간위원이 모여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큰 틀을 만든다. 특히 이듬해 예산 지원 규모와 각 시'군의 재정 분담 방안, 급식 경비 지원 절차, 학교급식의 영양 개선 및 식생활 습관 교정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올해 학교급식 지원비로 223억원을 투입해 경북지역 초'중'고 962개교, 33만8천여 명에게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도 심의위원회다.
◆끈끈한 공조로 친환경 급식 지원
"올해 계약재배 현황을 공유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친환경축산물 가운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주문량이 몰리면 닭 공급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학교급식운영협의회. 식재료의 품목군별 보조금 지원단가와 지원비율, 친환경 학교급식용 돼지고기 공급 등급 등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참석자들은 닭과 오리, 계란 등 친환경 축산물 공급업체의 기준을 정하고, 이달 학교급식 공급가격 결정 방식을 변경했다. 또 오지 소규모 학교의 급식 지원 대책과 학교급식센터의 경영합리화 방안, 표준식단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학교급식운영협의회는 각 분야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다. 학계와 공무원, 영양교사, 학부모, 농협, 식자재업체 등 각 분야의 실무자들이 모여 심의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협의하기 힘든 다양한 안건을 논의한다. 특히 친환경 학교급식과 관련한 개선 방향이나 문제점이 나타날 경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게 주된 업무다. 도 단위의 친환경 학교급식 운영체계를 조정하고 식재료의 공급가격 결정과 관리 감독을 한다. 학교급식과 관련한 각 주체 간의 의견수렴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포항과 안동, 구미, 경산, 청도, 봉화 등에는 학교급식센터운영협의회가 구성돼 활동 중이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와 교육지원청, 공무원, 농어민단체, 영양교사, 학부모들이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친환경 농산물 공급 품목을 결정하고 식재료의 발주와 구매, 배송, 수요량 파악과 식재료의 공동구매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결정 사항들을 논의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일 구미에서 열린 협의회에서는 다양한 개선 요청이 건의됐다. 학교급식용 돼지고기 품질을 완화해 달라는 요청부터 냉장시설 지원과 운영 적자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요구까지 이어졌다. 친환경 급식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고 급식센터 지정이 늦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같은 의견은 학교급식운영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를 거치게 된다.
◆합리적인 공급가 결정, 공급가격협의회
지난 2월 활동을 시작한 학교급식공급가격협의회는 식재료 공급가격을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구성됐다. 농협중앙회 친환경 급식팀이 서울 가락도매시장 5년 평균가격을 기초로 산출한 공급가격을 학교급식운영협의회가 결정하는 기존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농협 경북본부 친환경 급식팀이 운영하는 학교급식공급가격협의회가 식재료 공급 가격을 제안하고 학교급식운영협의회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가격협의회는 농산물과 축산물 분야로 나뉘어 구성되며 농업인 단체와 영양교사, 학교급식지원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해 공정성을 더했다.
실제 지난 2일 농협 경북본부에서 열린 축산물가격협의회에서는 쇠고기 양지부위의 공급가격을 ㎏당 300원 인상하고 사골과 등뼈의 가격은 각각 1천원씩 낮췄다. 또 닭과 오리, 계란의 기존 공급가를 표시하고 품목별로 단일업체에 발주해 달라는 학교 현장의 요구도 수용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농산물가격협의회에서는 세척한 무의 가격을 ㎏당 100원 낮추고 감자와 무, 양배추, 양파, 마늘 등 9개 품목을 산지 협상 결과에 따라 가격을 조정했다. 경북산 로컬푸드를 확대해 달라는 학교 측의 요청과 책임생산과 책임소비를 정착해야 한다는 농민단체의 요구도 나왔다.
최영숙 경북도 FTA농식품유통대책단장은 "친환경 학교급식과 관련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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