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
21일 고요한 오후 청송자연휴양림에 마치 대장간에서나 들릴만한 쇠 막대치는 소리가 들린다. 각목이 썰리는 소리도 나고 나무에 구멍을 뚫는 소리도 난다. 소나무와 잣나무 등 거대 수목이 우거진 청송휴양림 한편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남자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다음 작품은 난타 공연장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이 오기 전 완성해야만 휴양림을 찾는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지금 밤낮으로 분주하게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난타 악기로 쓰일 폐타이어와 찌그러진 주전자 사이에서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나타난 황윤구(41'사진) 씨는 청송에서 '동화 아저씨'로 통한다. 휴양림 곳곳에 동화 캐릭터를 만들어 설치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 황 씨는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꼬마버스 타요'부터 비가 오면 코에서 물이 나오는 '양철 로봇', 양손에 전구가 켜지는 '양철 나무꾼' 등 재미난 만화 캐릭터 등을 휴양림 곳곳에 설치했다. 황 씨는 20여 종 400개가 넘는 작품을 만들어 휴양림을 동화나라로 꾸미고 있다.
황 씨는 "지난 2012년 9월 어머니가 심장이 안 좋아지셔서 뭔가 좋은 것을 해드리고 싶어 새집을 만들게 됐다. 손재주가 없었던 터라 끙끙대며 만들었는데 완성하고 나니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나도 꽤 좋았다. 뭔가를 내 손으로 만든 것이 그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이후 자신의 직장인 청송휴양림에도 새집을 만들어 달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새집 하나를 만드는데 며칠을 꼬박 공들여야 했고 주변 동료까지 "사는 것이 더 낫다"며 그를 말렸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오기를 부리며 '구미 산동 참 생태숲'을 찾았다. 산동 생태숲은 나무조형물과 생태 공간 등으로 잘 꾸며져 있어 황 씨에게는 현장 학습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쉬는 날은 물론 이 근처로 출장을 갈 때도 이곳에 꼭 들러 공부했고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쯤 그는 생각한 대로 조형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의 조형물은 대부분 폐품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황 씨는 집보다 더 자주 고물상에 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물상에서 이것저것 만들기에 쓰일 물건을 뒤지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작품에 주로 쓰이는 폐타이어도 단골 카센터에서 받아온다. 단골 카센터 주인은 일부러 황 씨에게 주려고 크기에 맞춰 타이어를 준비해주기도 한다.
황 씨는 "주민들이 휴양림을 꾸미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금은 전화해서 폐품을 가져가라고 하기도 하고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 자신이 준 폐품이 작품으로 바뀐 것을 보고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황 씨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휴양림 내 새집이다. 300여 개의 새집은 산속 곳곳에 설치돼 있다. 칠이 된 새집은 일정시간이 지나 냄새가 날아가면 새들이 둥지를 튼다. 황 씨는 새 관련 서적과 대학교수 등에게 자문해 새집의 안쪽 깊이를 더 있게 만들었다. 새들은 외부에서 사람이 보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고 해서다.
황 씨는 "휴양림에 설치된 새집의 60% 이상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주로 박새가 많은데 관광객들이 매년 새소리가 더 나서 좋다고 말해 보람을 느낀다. 청송휴양림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더욱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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