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수필-할매 따라 사라진 먹거리

# 할매 따라 사라진 먹거리

"아나, 마이 무라… 밸로 못 보등 기재?"

먼 집안 할머니께서 군것질감으로 조그만 항아리에서 꺼내 주시던, 듣도 보도 못하던 그것이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고염'(개암)을 삭힌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즘도 음력 시월이면 문중의 대소간이 모두 모여 묘사(시제)를 모시는 집안이 꽤 있겠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언제부턴가 추석 밑 벌초 때로 시기를 앞당겨 그것도 간략하게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는 이틀간을 연이어 이 산 저 산으로 옮겨 다녀야 했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묘사 전날 문중 어느 할머니 댁에서 아버지와 우리 형제, 사촌 형제랑 1박을 하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 들려 주시던 구수한 할머니의 옛날 얘기 속에 벌써 시간은 꽤 흘러 속이 굴풋해질 무렵, 찬바람 휑한 컴컴한 벽장 속에서 꺼내 오신 것이 그것이었다.

처음엔 색깔도 그렇고 냄새도 시시큼큼한지라 쉬이 손이 가질 않았지만, 할머니와 형들의 권유로 억지로 한 숟갈 한 숟갈 뜨다 보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씨가 더 많아 연신 뱉어 내기에 바빴지만 어린 나이엔 그것도 재미있었다.

요즘도 한식 때와 설 추석 명절, 그리고 벌초 때 해서 1년에 서너 번은 그때 그곳에 들르지만, 예전의 그분들은 이젠 아~무도 계시질 않는다.

그 많던 할매 할배들은 다 어디로…?

김병곤(구미시 봉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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