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후쿠시마로부터 온 리포트

원전사고로 대구의 1/3 넓이 유령마을로

경제파탄 속 농업재건 위해 필사의 노력

위기를 기회삼아 유기농작물 윤작 진행

'유채꽃-벼' 이모작…생태혁명 가동 중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지 벌써 4년이나 흘렀다. 후쿠시마 소식들은 나쁜 소식이 대부분이다.

12만 명의 이재민이 떠돌고 있고, 아직도 방사능 수치가 높을 뿐 아니라 대구(884㎢)의 3분의 1 넓이 땅이 마치 유령마을처럼 버려져 진 채로 있다. 일본인들조차도 후쿠시마는 마음에 깊은 그림자로 존재하고, 대화에 있어서도 금기사항이다. 정부의 복구의지도 불투명하고 복구 자체가 아직도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일본 생협 같은 시민운동 단체가 도쿄도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 정도다.

후쿠시마로부터 이렇게 나쁜 소식이 많이 오지만 좋은 소식들도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고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방사능 제염활동에 대한 리포트이다. 리포트의 제목은 '되살아나라 후쿠시마, 살아가자! 일구자!'. 제목대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농업의 재건을 위해 거의 필사적이다. 왜냐하면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 도지키, 이바라키, 치바, 군마의 유기농업을 직격했고, 모든 농산물 거래가 취소되어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리포트의 핵심은 콩, 유채, 해바라기 재배를 통해 논과 밭의 세슘을 제염하고, 세슘이 검출되지 않는 식용유를 생산하여 농업경영의 재건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유지작물인 '해바라기-유채-콩' 순서로 윤작을 진행하여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유기농업의 새로운 기회를 삼자는 내용이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이다.

여기에서 '일석삼조'라는 것은, 이를테면 유채꽃을 심어서 무농약, NON GMO(비유전자 조작), 그리고 방사능 제염으로 안전한 식용유와 간장, 비료와 사료를 확보할 수 있는 매뉴얼 보급이다. 이미 해바라기, 유채, 콩 등 유지작물을 통한 밭의 제염작업 매뉴얼은 작동 중이다. 과연 식물의 세슘 흡수기능을 활용한 밭의 유지작물 윤작을 통하여 제염작업뿐 아니라 농업재건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도지키에 착유소를 설치하고 유기농 밭으로 '그린 오일 프로젝트' 선행시험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반은 성공적이다. 이 사례는 2006년 체르노빌 원전에서 남서 방향으로 70㎞ 떨어져 있는 '나로다치 재생 유채꽃 프로젝트' 5개년 계획에서 비롯된 바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1986년 4월 26일 한밤중 우크라이나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됨으로써 인근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유럽 전체를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은 대참사였다.

원전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의료지원만으로는 없어지지 않는다. 토양을 정화하고, 농업을 재생시켜 병의 근원을 끊어내야만 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유지식물인 유채꽃이 부상한 것이었다. 유채꽃을 심어 토양을 정화하고, 바이오 디젤 연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방사능을 흡수한 유채꽃의 '바이오매스'(뿌리, 줄기, 잎, 껍질 등)를 발효시켜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연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효과적인 대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는 '유채꽃-벼'의 2모작을 통한 제염 실시 매뉴얼이 잘 돌아가고 있다.

유지식물이 방사능 물질인 세슘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흡수한 세슘이 기름에 함유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입증되었다. 이 리포트의 조사 결과는 방사능 오염지역의 농업재건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리포트는 유채꽃에 대한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 경북 예천, 영천, 경산, 봉화, 경주와 전북 부안 등 1천322㎡(40만 평)에 유채꽃을 심었다. 이 유채꽃 종자는 관상용이 아닌 식용이다. 관상용 유채꽃에는 '에루신산'이라는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얼마나 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예감이 아주 좋다. 이렇게 유채꽃을 심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 식탁은 GMO 식품의 실험대상이 되고 심지어 기름찌꺼기(탈지콩)가 사료가 되어 소, 돼지, 닭 등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유채꽃 기름찌꺼기는 뛰어난 유기질 비료로서 유기농작물 재배에 사용되고 있다. 음식의 안전과 안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즘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여기에 노란 유채꽃 생태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주간을 맞아 정홍규 신부의 '후쿠시마로부터 온 리포트'가 실리는 관계로 진중권 교수의 '새論새評' 칼럼은 쉽니다.

정홍규/신부·생태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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