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비촌 저잣거리 비닐하우스 뜯어낸 자리에 조립식 건물?

대체 계획 세우고 의회에 경비 요구 "일부 상인에 휘둘려 오락가락 행정"

선비촌 저잣거리 불법 비닐하우스. 이곳에 대한 영주시의 처분이 갈지자를 그리고 있다. 선비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칙대로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의견이지만 일부 상인들에게 행정이 휘둘리면서 행정 공신력을 완전히 잃고 있다. 마경대 기자
선비촌 저잣거리 불법 비닐하우스. 이곳에 대한 영주시의 처분이 갈지자를 그리고 있다. 선비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원칙대로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의견이지만 일부 상인들에게 행정이 휘둘리면서 행정 공신력을 완전히 잃고 있다. 마경대 기자

영주시가 국보급 문화재인 소수서원 인근에 들어선 선비촌 저잣거리에 설치한 비닐하우스가 불법이라는 논란(본지 3월 30일 자 10면'4월 7일 자 8면 보도)을 빚자 이번에는 비닐하우스를 조립식 패널로 만든 가설건축물로 대체시키겠다는 계획을 추진, '상식 이하의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수백억원이나 들여 건립한 고풍스러운 한옥마을 안에 조립식 패널로 가설건축물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시민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잣거리 상가 비닐하우스는 영주 소수서원 관리사무소가 2009년 10월 사업비 1억900만원을 들여 선비촌 저잣거리 상가 내 4곳의 한옥 건물에 철골구조물로 기둥을 세운 뒤 PVC코팅 천막을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불법 가설건축물(401㎡)을 만들면서 생겨났다. 식당들은 이곳을 영업 및 조리공간으로 활용해왔다. 이 비닐하우스는 설치 전 심의를 받도록 한 문화재보호법과 건축법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스스로 불법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은 것.

말썽이 일자 시는 "당장 철거하겠다"는 말만 내놓고 실제로는 상인들의 요구라는 이유를 들어 비닐하우스를 철거한 자리에 다시 조립식건축물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비밀리에 세운 뒤 올해 의회가 확정할 추경예산에 철거비용을 포함, 가설건축물 증축에 필요한 경비 3억6천만원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선비촌 저잣거리에는 식당 4곳과 커피점, 매점 등 10개 점포가 있다. 이 중 4개 음식점은 불법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놓고 있어 역사미관지구인 소수서원과 선비촌 경관 훼손은 물론, 소수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지장을 줄 우려가 크다.

영주시내 상인단체 한 관계자는 "저잣거리 일부 상가가 임대계약을 할 때 한옥 면적만 계약해 놓고 뒤늦게 계약 사항에도 없는 비닐하우스를 보상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시내 다른 상인들이 볼 때 말도 안 되는 행동이며 급기야 한옥에다 조립식건축물을 달아내려는 것은 아예 선비촌을 망치려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 혈세를 낭비해가며 불법으로 비닐하우스를 세워 놓고 말썽이 일자 철거하고 또 그 자리에 혈세를 들여 반영구적인 조립식 건축물을 세우겠다는 것은 상식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시가 앞장서 선비촌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는데 이는 다른 시내 상가에 대한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선비촌은 영주시가 지난 2004년 선비의 고장을 관광자원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사업비 164억원(국비 86억7천만원, 도비 19억9천만원, 시비 57억5천800만원)을 들여 순흥면 청구리 5만6천100㎡에 조선시대 양반과 상민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소다. 인근에는 국보급 문화재인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들어서 있다. 특히 선비촌은 2011년과 2012년 잇달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보존가치가 높은 전통건축물이다.

이에 대해 영주시 측은 "문제가 된 곳은 시 재산인데 시가 재량권을 갖고 있으므로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최근 시 관계자들과 이곳 상인 등이 모여 비닐하우스 철거와 관련해서 간담회를 열었는데 세입자들이 보상을 요구하고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해 합의점을 찾는 차원에서 비닐하우스를 철거한 후 다시 조립식 패널 가설건축물을 세우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