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5일 '법의 날' 앞둔 비슬산 용연사 사형수 묘역

쓸쓸한 74기 봉분 '법의 실수' 없었나

대구 달성군 옥포면 대구교도소 묘역에는 사형수 무덤 70여 기가 안장돼 있다. 25일 법의 날을 맞아
대구 달성군 옥포면 대구교도소 묘역에는 사형수 무덤 70여 기가 안장돼 있다. 25일 법의 날을 맞아 '되돌릴 수 없는 법의 실수' 가 될 수 있는 사형제 완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사형수의 머리에 검은 보자기를 씌우고, 목에 밧줄이 감기면 마지막 유언이 시작된다. 땅! 땅! 땅! 이승과의 영원한 작별을 알리는 사형집행관의 엄중한 선고가 떨어지면 사형장의 마룻바닥이 그대로 내려앉는다.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사망이 확인된 사형수 시신은 24시간 후 직계가족에 인도된다. 유가족들이 시신 수습을 포기하거나 연고자가 없으면 사형집행이 이뤄진 교도소 묘지에 묻힌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구교도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2㎞ 떨어진 비슬산 용연사 부근에도 이런 식으로 매장된 70여 기의 봉분이 있다. 사형수 공동묘지다.

25일 법의 날을 맞아 달성군의 사형수 묘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 잠든 이들 가운데 혹여 억울한 죽음, 즉 '법의 실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인권단체들도 인권의식이 바닥을 헤매던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이곳 사형수 묘역을 내세우며 "이제는 사형제 완전 폐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다시 높이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지선 옥포화원IC에서 내려 비슬산 용연사 표지판을 따라 곧장 5분 정도 차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마치 아기 무덤처럼 작은 봉분 70여 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구교도소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사형 집행이 이뤄진 사람들과 복역 중 사망한 재소자들이 묻혀 있는 74기의 묘역이다. 유택은 고작 가로 50㎝, 세로 40㎝ 규모다. 기왓장 크기 화강암 묘비석에는 망자의 이름과 생년, 사망일자만 간단히 새겨져 있다.

이곳은 1971년 대구교도소가 삼덕동에서 달성군 화원읍으로 이전해오면서 생겨났다. 대구교도소는 같은 해 12월 17일 달성군 옥포면 일대 묘역 조성에 필요한 임야 5천58㎡를 인근 주민으로부터 사들인 뒤 국가(법무부) 소유로 소유권을 이전하고 묘를 썼다.

당시 대구교도소는 유신시대를 거쳐 5공화국까지 오는 동안 정치범들에게 가혹한 처우를 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특히 대구교도소는 전국에서도 사형 집행이 손꼽힐 정도로 많이 이뤄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주민(67)은 "1970년대 초반부터 간첩단사건 등 정치범'사상범으로 분류된 사형수 유족들은 대부분 시신을 인수해 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대구교도소 경우, 따로 사형수 묘역을 만든 것으로 안다"고 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부터 1997년까지 전국적으로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902명. 마지막 사형 집행으로 기록된 1997년 12월 30일에는 23명이 무더기로 교수대에 올랐다.

1990년대 들어선 모두 7차례에 걸쳐 89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가운데 대구교도소에서는 1990년 4월 17일 1명, 1994년 10월 6일 3명, 1995년 11월 3일 2명, 마지막인 1997년 12월 30일엔 5명에 대해 각각 사형이 집행됐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국내 교도소에는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형수 57명이 수감돼 있다. 하지만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지난 1997년 이후 18년이 이미 흘러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법 살인' 가능성을 갖고 있는 사형제를 이제는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정치권'종교계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국제 앰네스티 한 관계자는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98개국, 일반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7개국, 사실상 사형폐지 35개국 등 전 세계 198개국 중 법적 또는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은 140개국에 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달성 김성우 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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