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00원 깨진 원-엔 환율, 대구 경제 충격파는

중기 손익분기점은 100엔=1,014원…대일 수출 절반 기계류 직격탄 맞아

원'엔 재정환율이 23일 한때 9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엔저 현상이 심화되며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전 100엔당 899.67원을 기록하며 7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원'엔 재정환율은 달러화 대비 가격을 비교한 환율로, 23일 원'엔 환율 종가는 903원이며 장중 최저치는 902원이라고 밝혔다.

◆수출 타격, 경제성장률 2%대 우려

엔저는 2012년 말부터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돈 풀기에 나서며 대두됐다. 최근 가팔라진 엔화값 하락세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외국인 자금의 국내 유입액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2월 경상수지는 64억4천만달러로 36개월째 흑자 행진이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입이 더 부진해 생긴 불황형 흑자다. 외국인 자금은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지난 2월 1조3천억원에 이어 4월 들어 22일까지 3조5천억원으로 증가하며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은 수출이다. 엔화 값이 떨어지면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겹치는 품목이 50개가 넘고, 이들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1%로 하향 조정했지만, 엔저로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국내 관광'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인 관광객의 이탈이 가속화할 뿐 아니라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도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2013년 274만7천750명에서 17% 줄어든 228만434명에 머물렀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18.6%나 줄어든 185만5천 명으로 예상된다.

엔화 약세로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가 일본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1, 2월에만 일본을 찾은 중국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2%나 뛰어올랐다.

반면 한국인의 일본 관광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경우 엔화 약세의 장기화로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270만 명으로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일(對日) 수출에 '빨간불'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환율 변화에 따른 환차손과 가격경쟁력 저하 등을 피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 75곳이 꼽은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1천14.15원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453곳(대기업 126곳, 중소'중견기업 32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최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액 감소를 볼 때 중소기업(5.6%↓)이 대기업(1.8%↓)보다 훨씬 심각했다. 일본과 수출 경합을 벌이는 기계류(8.7%↓)와 일본 수출 비중이 높은 문화콘텐츠(6.7%↓), 석유화학(6.3%↓)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역 기업도 엔화 약세의 영향을 피해 가기 힘든 상황이다. 대구에서는 일본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기계류(49.3%)가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전망이다.

대구상공회의소 박병복 경제조사팀 과장은 "대일본 수출이 꾸준히 확대돼 무역역조 현상이 개선되고 있는 시점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돼 지역 기업들이 대일본 수출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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