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요 평전/헬렌 클래피새틀 지음/강구정'강미경 옮김/공존 펴냄
특정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 국제공항을 만든 도시, 인구 10만 명 남짓한 도시지만 2014년 기준 연간 3만9천137회 비행기가 이륙하는 도시, 미국 대통령이나 유럽 왕족, 연예계 및 스포츠계 톱스타와 중동의 부호 등 세계 150개국에서 환자가 찾아오는 도시, 미국 중북부 미네소타주에 있는 로체스터다.
로체스터에 있는 병원 '메이요 클리닉'은 이 병원을 설립하고 일으킨 메이요(Mayo) 삼부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2013년 기준 메이요 클리닉에는 의사와 연구자 4천158명, 수련의와 학생 3천155명, 일반직원 5만2천196명을 포함해 5만9천509명이 근무하고 있다. 로체스터 전체 인구 10만여 명의 절반가량이 메이요 클리닉에 근무한다. 2013년 당해 입원환자는 13만1천 명, 진료를 받았던 환자까지 합치면 126만 명이 넘는다. 대체 메이요 클리닉이 어떤 병원이기에?
2013년 기준 메이요 클리닉 총 매출은 94억2천100만달러(약 10조2천200억원)였다. 그중에 진료수익은 6억1천200만달러, 기부금 수입이 3억9천900만달러였다. 메이요 클리닉의 설립이념은 진료와 연구, 교육.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이념은 '환자의 이익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이다. 환자의 고통과 불편을 해소하는 것을 최선으로 한다. 그래서 만족한 환자들이 기부금을 많이 내놓는다. 현금이나 증권 기부뿐만 아니라 의료시설과 예술품까지 기부의 종류도 다양하다. 메이요 클리닉은 비영리 의료기관이며 이윤을 독식하는 소유주나 임원이 없다. 모든 잉여수익은 진료 시설 및 환경 개선, 의학연구와 교육에 투자된다.
메이요 클리닉은 국가나 기관, 대기업이 설립한 병원이 아니다. 미국 중북부 시골 마을의 개인 진료소로 시작했다. 아버지 윌리엄 워럴 메이요가 남북 전쟁 당시 북부군 군의관으로 파견되었던 로체스터에 1864년 진료소를 연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큰아들 윌리엄 제임스 메이요와 둘째 아들 찰스 호러스 메이요가 각각 의학을 전공하고 병원진료를 함께하는 한편, 1900년 미국 최초의 의과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을 이어가면서 성장했다.
메이요 형제는 진료뿐만 아니라 의학연구와 교육을 위해 1915년 사재 150만달러를 출연해 메이요 철학이 지속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 돈을 기금으로 메이요 의학연구재단이 출범했으며, 이 재단은 지금까지도 메이요 클리닉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는 1990년부터 해마다 미국 내 병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주로 존스홉킨스 병원과 메이요 클리닉이 1, 2위를 다투는데, 2014년에는 설립 150주년을 맞은 메이요 클리닉이 1위를 차지했다.
아버지의 진료를 보고 배우며 자란 메이요 형제는 "우리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저 열심히 노력했을 뿐입니다. 농부의 아들이 농장에서 크듯이 우리는 의학의 세계에서 자랐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서 배웠습니다" 라며 아버지의 의술과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그들은 아버지처럼 가난한 환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지만(심지어 교통비나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했다), 진료비를 낼 형편이 되는 환자에게는 정당한 금액을 청구해 더 나은 의술을 펼치는 데 투자했다. 형제는 최고의 의술과 경영술을 바탕으로 현대식 종합병원의 기틀을 확립했고 세계 최고의 병원을 일구었다. 형제는 1932년 같이 은퇴하고 1939년 같이 세상을 떠났다.
'메이요 평전'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아버지인 윌리엄 워럴 메이요의 일대기를 통해 그가 어떤 식으로 메이요 클리닉의 기초를 놓았는지 보여주고, 2부에서는 아들인 윌리엄 제임스 메이요와 찰스 호러스 메이요의 성장 과정과 그들이 메이요 클리닉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노년에 접어든 메이요 형제가 진료, 교육, 연구 세 영역에서 어떠한 발전과 사회적 기여를 했는지 이야기한다.
'메이요 평전'(The Doctors Mayo)은 메이요 삼부자의 삶과 정신을 통해 '세계최고의 병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미국에서 1941년 12월에 초판 발행된 이래 5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세계 18개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지은이 헬렌 클래피새틀은 전기 작가로 '메이요 평전'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닥터 웹' 등을 펴냈다. 주 역자 강구정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외과학 교실 교수로 메이요 클리닉 방문 연구 때 이 책을 접하고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외과의사다' '수술, 마지막 선택' 등이 있다. 704쪽, 2만5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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