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더 움켜잡으려다가

얘야, 만약 누가 너에게 소원을 꼭 이루어주겠다며 세 가지만 말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래?

어느 곳에 한 낚시꾼이 이상한 물고기를 잡았어.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물고기는 금빛을 띠고 있었는데 울상을 지으며 말했어.

'하, 이것 봐라. 물고기가 말을 다하네.'

낚시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굴렸어.

"내가 너를 잡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냥 살려주니?"

"그럼 소원을 들어드릴게요. 세 가지만 말해보세요."

"아유, 말하는 물고기를 잡았는데 겨우 세 가지 소원?"

"네, 저는 세 가지밖에 들어드릴 수 없어요."

"그러지 말고 다섯 가지만 들어주면 살려주지."

"아닙니다. 저는 세 가지밖에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애원하니 네 가지 반만 들어주면 살려주겠다."

그러자 말하는 물고기는 숨을 모아 쉬며 말했어.

"저는 정말로 세 가지밖에 들어드릴 수 없어요. 제가 가진 힘은 오직 세 가지뿐입니다."

"그렇지 않을 걸.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얼마든지 힘이 있을 거야. 좋아, 그렇다면 네 가지만 들어주면 살려주지."

그러자 물고기는 더욱 숨을 모아 쉬며 입을 다물었어.

그래도 낚시꾼은 너스레를 떨었어.

"좋아, 세 가지 반에 살려주지."

그러나 물고기는 대답이 없었어.

"좋아. 정 그렇다면 세 가지로 하지. 우선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한 채 지어 줘."

"…."

"두 번째로는 그 집 방마다 금돈을 가득가득 채워줘."

"…."

"세 번째로는 황금으로 치장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차를 한 대 마련해 줘.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말이야."

낚시꾼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신이 나서 떠들어댔어.

그런데 물고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

"왜 대답이 없어. 세 가지만 말했는데!"

낚시꾼은 그제야 눈을 뜨고 물고기를 내려다보았어.

"이 봐, 눈을 떠 봐. 세 가지만 말했다니까!"

낚시꾼은 물고기를 잡아 흔들었어.

물고기는 물 밖이라 숨을 거둔 뒤였어.

"아니, 이게 뭐야. 죽었잖아. 그렇다면 진작 물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결국 낚시꾼은 맨손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한 가지만이라도 받아들이는 건대!"

낚시꾼은 너무나 허탈한 나머지 물로 뛰어들었는데 다시는 나오지 못했대.

그래, 고대 헬라어로 탐심(貪心)은 '더 움켜쥔다'는 뜻을 가지고 있대.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는 탐심이 결국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끌고 가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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