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대구의 부활 노래

혁신도시에 입주한 고품격 총각들

북적대는 대구공항과 3호선 개통

자격루 소동 등 대구 이미지 먹칠

최근 대구에 재미있는 현상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대구 총각들이 꽤 늘어났다. 무늬만 총각인 '대총회'(대구에서 총각처럼 홀로 사는 사람들) 멤버가 아니라 모태 솔로들이다. 유입된 대구 총각은 4, 5년 차 대리'과장급의 경우, 연봉도 6천만~7천만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대개 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가스공사'한국감정원'신용보증기금'한국사학진흥재단'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9개 공공기관에 다닌다.

올해 안으로 정보화진흥원'장학재단'중앙교육연수원 등 나머지 3개 기관까지 대구 신서혁신도시 입주를 마치면 총 3천270명의 기'미혼 직원이 대구로 내려오게 된다. 이들 12개 공공기관 직원들의 이주 형태를 보면 전체 직원의 20%만 가족이 같이 내려왔다. 기혼 직원의 70%는 서울 등지에 가족을 두고 혼자 대구에서 주중 5일 혹은 4일 반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금요일 오후면 서울행에 바쁜 단신(單身) 이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신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의 10%, 곧 300명 내외가 미혼이라고 추정하는 대구광역시혁신도시지원단은 대구로 유입된 미혼이 지역에서 이성을 만날 수 있도록 역내 모 대학과 만남을 주선할 생각까지 나누고 있다. 혼인율을 높여야 인구도 늘어난다.

지난 10년간 약 60조원이라는 막대한 출산기금을 쏟아붓고도 세계 최저 출산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비(非)결혼족(族)의 증가를 막지 못했고, 35세 전후 만혼(晩婚)으로 결혼하자마자 노산이 되어 둘째 낳기를 꺼리는 풍조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249만3명으로 인구가 줄어든 대구시(출산율 1.17명)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출산장려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2018년에 250만 재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라야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둘째로 대구의 재미있는 현상은 지난 1998년 IMF 이후 폐쇄된 대구~오사카 간사이 노선(주 10회)이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 항공에 의해 재개된 것이다. 대구'경북 주민 가운데 한 해 6만 명이 도쿄를 찾는데, 이제 일본에 가기 위해 김포'김해'인천공항으로 갈 필요가 없는 '항공 주권'을 17년 만에 되찾아 1시간 만에 일본 나들이가 가능해졌다.

한때 연간 230만 명이나 이용하던 대구공항은 지난해 중국인 120시간 무비자 환승 공항으로 지정된데다, 8시간(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이나 적용되던 야간운항 통제시간 커퓨(Curfew)가 5시간(자정~오전 5시)으로 줄어들면서 적자폭도 대폭 개선되어 조만간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나머지 하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으로 대구의 소통지수가 확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구 북구가 도심과 한결 가까워졌다. 공사 초기 경관 문제와 과다한 비용 발생 등으로 우려를 낳던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은 화재와 가스폭발 등으로 지하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대구 사람들의 정서와도 잘 맞아떨어져서 안정적인 개통을 이뤄 다행이다.

하지만, 대구의 부활을 노래하기에는 반성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최소 15만 명이 이용해야 흑자로 전환된다. 어림잡아 이 중 5만 명이 자동차에서 도시철도로 갈아탄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이용자는 버스 이용객이나 버스와 연결되는 환승 손님들이다. 결국 재정 부담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세계물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르고도 개막일 자격루가 넘어져서 '또 대구'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일이나 디옵스전에서 천장이 무너지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사고가 한 번 일어나기 전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아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의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소한 사고가 자주 나야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는 안일한 태도는 대구 부활의 최대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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