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오웰리안 아베

조지 오웰이 디스토피아 소설 '1984'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것은 1948년이었다. 당시는 나치즘과 일제 군국주의의 후유증이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던 시기였다. 오웰은 '1984'에서 '빅 브라더'란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주의의 악몽 속에 철저히 허물어져 가는 개인을 무겁게 그려냈다.

소설 속 '빅 브라더'는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통해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런 '빅 브라더'에 반기를 든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그저 일기에 쓰는 것뿐. 그는 일기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자유다' 라고 기록한다. 이도 잠시, 윈스턴은 사상경찰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든다. 이어지는 고문과 세뇌. 사람들은 이미 '빅 브라더'와의 삶에 익숙해져 있다. 세뇌 끝에 윈스턴은 다시 태어난다. '빅 브라더'에 대한 더 이상의 증오심은 없다. 이제 그는 '둘 더하기 둘은 넷'이 아니라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고 쓴다. 투쟁은 끝났다. 그는 '빅 브라더'의 초상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다.

'1984'를 출간한 오웰은 1950년 숨졌지만 남긴 영향은 컸다. 사람들은 공공기관이 시민을 기만하고, 역사를 조작하며, 시민을 감시하는 상황을 두고 '오웰리안'이란 형용사를 만들었다. 카프카나 헤밍웨이, 디킨스 같은 작가의 이름을 딴 형용사도 만들었지만 '오웰리안'이란 형용사는 이 세 작가의 이름을 따 만든 형용사를 다 합한 것보다 오늘날 더 자주 사용된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도 '오웰리안'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미국 방문길에 오른 일본 아베 총리에게 '오웰리안'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장을 지낸 에몬 핑글턴 씨는 지난주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베 총리는 "오웰리안 같은 태도로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겪은 아시아와 미국, 서유럽, 러시아의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오웰리안 아베'의 세계를 상대로 한 세뇌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 역대 총리 중 처음으로 29일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성사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일제 만행과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하고 묻으려는 아베의 행보는 '빅 브라더' 그대로다. 이러다 세계가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고 믿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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