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호의 에세이 산책] 알프스에서 보낼 미래를 위하여

알프스는 약 30만㎢이니 한반도보다 더 크다. 그 길이가 약 1천㎞이고, 알프스의 최고 높은 봉우리는 몽블랑으로 4,807m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알프스는 높이가 기껏해야 500m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 앞산보다 낮다. 빈의 고도가 200여m이니 정상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알프스는 알프스다. 빈에서 차로 약 1시간여 서쪽으로 달려가면 높이 2,000m급 산들이 즐비하다. 즐거운 알프스 산행을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산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인사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할로"나 "하이" 같은 가벼운 인사부터 "어디 갔다 오느냐"라거나 "좋은 날씨다"라고 말을 떼면, 상대방은 '아, 말이 통하는 동양인이구나' 싶어 길거리에서 몇 마디 더 주고받는다. 처음엔 인사가 어색했는데 익숙해지면 산행에서 즐거운 일 중 하나가 된다. 마치 사람들과 인사하러 산에 갈 정도다. 낯선 이들과 시내에서는 인사를 잘 안 하다가도 산에만 가면 모두 친한 사람처럼 변한다. 예전에는 우리 한국도 그랬는데 이젠 산에 가도 낯선 사람들끼리 인사를 서로 안 하는 것 같다.

유럽 모든 산에는 색깔별로 등산로 표시가 되어 있다. 빨강, 파랑, 노랑, 흰색 선이 나무 혹은 바위, 갈림길 등등 곳곳에 짧은 선으로 그어져 있다. 빨강은 산행길이고, 파랑은 자전거길, 노랑은 임도, 흰색은 빨강, 파랑, 노랑의 아래위로 그어서 그 색깔을 돋보이는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색만 잘 알고 있으면 초행길이라도 길 잃어버릴 염려 없이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다. 우리는 등산모임 등에서 나뭇가지에 리본을 묶어 등산로 표시를 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체계적이다.

마지막으로 산에서 맥줏집을 찾는 일이다. 유럽은 산 정상 혹은 중턱에 독일어로 '휘테'라는 곳이 의무적으로 있다. 등산인들의 숙박, 휴식, 대피 등을 목적으로 세운 산장이나 대피소를 말한다. 이곳에서 들이켜는 맥주 맛이 지금도 그립다. 경치 좋고 햇볕 따뜻한 나무 탁자에 앉아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나는 나이 60이 되면 관광형 유럽 가이드에서 알프스 산행 가이드로 변신할 꿈을 꾸고 있다. 자주 산에 다니며 체력을 다지고, 언어도 더 다듬고, 산행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1년에 두어 번은 알프스에 갈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60은 새로운 일을 하기 충분한 나이다. 계획하고 도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알프스 산에서 나의 마지막 미래를 간절히 그려보고 싶다.

군위체험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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