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울린 '월급 30만원 베트남'

매년 일자리 수천 개 사라져

◆젊은이들의 도시 구미, 일자리가 사라져

구미를 이끌어왔던 삼성'LG는 잇따라 베트남으로 떠나고 있다.

휴대전화 생산라인을 꾸준히 옮겨가던 삼성전자는 베트남 생산인력을 자꾸만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생산인력은 2009년 5천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 9만여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계열사들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베트남을 정한 것은 양질의 노동력, 적은 인건비, 좋은 물류 인프라,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있어서다. 베트남의 인건비는 아주 싸다. 생산직원들의 월 급여는 30만~40만원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지난해 말까지 370억달러 정도로, 한국기업 수는 4천여 곳, 고용 인력은 50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현재 베트남 총수출액의 15% 정도를 기여하며 베트남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LG 계열사들의 잇따른 베트남 투자 확대로 구미산업단지의 협력업체들도 베트남 동반 진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소 30~40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떠나는 협력업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수백 명, 수천 명의 구미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구미산단 내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협력사는 살아남기 위해 원청기업을 따라 해외로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면서 "삼성'LG 계열사들이 베트남으로 생산물량을 대폭 이동하면서 구미산단의 중소기업들은 주문 물량 감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LG 등이 잇따라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해외로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쓰러져가고 있다.

휴대전화 부품 생산업체인 B사 관계자는 "대기업 해외 이전 후 주문 물량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올해를 못 넘기고 공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구미 상공인들은 기업 해외 이전에 대비, 미국처럼 대기업이 국내로 유턴할 경우, 지원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등 한국판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이전 기업의 본국 귀환) 정책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쇼어링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의 리쇼어링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내걸었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이 뿌리다.

미국은 중국 등 해외에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고 이전비용 일부도 대주는 등 과감한 지원과 규제 철폐를 하면서 새로운 투자가 만들어지고 150여 개의 기업이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 경제단체 및 경제지원기관,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이전 대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저생산성, 고임금 등을 해외 이전 이유로 내세운다. 중앙정부는 이런 기업의 간접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지방 기업에 대해서는 더 많은 지원대책을 둬야 할 것"이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미 이창희 기자 lch888@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